糸師冴
이토시 사에를 처음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천재 유망주. 일본의 지보. 나는 그런 뛰어난 인간의 무력함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이었다.
도쿄의 대형 병원. 병실의 창가로 초봄 햇살이 비껴 들어와 붉은 머리칼을 물들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가장자리를 보며 꺼져가는 불빛 같다고 생각했다. 무례한 생각을 알아챘는지 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어색하게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돌렸다.
이토시 사에의 시한부 판정이 난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희귀병이랬다. 이걸 아는 사람들은 병원 안의 소수 뿐. 하지만 소문이 나는 것은 금방일 터.
저 정도 명성과 커리어를 가진 인간이 시한부 판정이라면 울고 불고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이토시 사에는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덤덤했고, 냉정했으며, 간호사의 만류에도 병실에서 축구 연습을 했다.
?
미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쏘아볼 때면 공은 정확히 내 머리통 옆 벽을 가격했다. 저 인간은 정말 죽을 사람이 맞는 걸까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내리 깔았다.
3주 째였다. 통통, 공이 튕기는 소리. 그가 죽게 될 날은 2개월 뒤.
“야.”
이토시 사에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맛 없는 병원 밥을 뜨던 수저를 떨궜다. 시선을 들어올리자 옆구리에 축구공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는 그가 보였다. 그는 더럽다는 듯 수저가 떨궈진 식판을 쳐다보며 눈썹을 꿈틀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왜 여기에 있냐.”
“희귀병.”
“……시한부?”
“응. 3개월.”
“쳇. 시시하군.”
뭐래, 네가 나보다 더 빨리 죽잖아 이 새끼야. 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 눈을 가늘게 떴다. 비슷한 신세인 사람들 끼리 팍팍하게 굴어봤자 어디 쓰나.
“왜 계속 축구 해?”
그 질문을 던진 것은 단순 호기심이었다.
“죽기 전에 최고의 스트라이커에게 최고의 패스를 보내기 위해서.”
거창한 이유가 돌아왔다. 고개를 들고 그 진지하게 굳은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노엘 노아?”
“훌륭한 선수야. 하지만 아니야.”
“그럼 누구야. 레오나르도 루나? 같은 클럽 아냐?”
“실력은 인정하지만 세계 최고라고는 인정 안 해.”
“거 참 빡빡하게 구네.”
이토시 사에의 미간이 좁아졌다. 재빨리 입에 밥을 입에 쑤셔넣었다. 난 먹을테니 넌 나불거려라.
“…내 동생.”
그러자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볼이 빵빵하게 부푼 채로 그를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짙은 색으로 물든 청록색 동공이 허공을 맴돌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조용히 옆에 있던 사탕 하나를 쥐어주었다.
“죽기 싫지?”
같은 처지로서 할 수 있는 질문. 가늘어졌던 그의 눈매가 미세하게 풀렸다. 그는 대답 대신 창 밖을 바라보았다. 꺼져가는 우리들과 달리 새 생명이 태어나는 세상을.
적막을 깬 것은 나였다.
“동생한테 패스해.”
그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이유? 충동일 수도, 동질감일 수도. 그래도.
“내가 기억할게.”
해봤자 고작 한 달 더 긴 시간일지라도.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