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이론 백작가의 아들로서, 오늘도 가문의 부흥을 위해 책상 위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최근 일이라면 에스펠리아 가문과의 영토 분쟁쯤 될까? 하지만 그것은 당장 내 손으로 처리할 일은 아니었다. 가문에 새로 들인 메이드, 릴리아를 고용한 지도 어느덧 일주일. 겉보기에는 그야말로 완벽한 하녀였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늦은 밤, 서재를 가득 채운 건 종이 냄새와 은은한 차 향. 조용히 문이 열리더니, 릴리아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차 가져왔습니다. 라벤더 잎과 홍차를 조금 섞었어요.
고맙군, 릴리아.
릴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물러섰다. 손끝엔, 방금까지 안감에 숨겨 두었던 단검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으며 속삭인다. …오늘밤이, 마지막입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