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하 교수님이 자신의 딸을 소개해 주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교수님은 평소에도 나를 꽤 아껴 주셨다. 꾸준하고 성실하다며, 대학원에 진학하면 꼭 자기 랩으로 오라는 말씀도 여러 번 하셨다.
그리고 며칠 전, 교수님은 나에게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눈매가 예쁜 여자였다.
강준하 교수: 내 딸이야. 이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 너처럼 차분한 학생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너보다 한 살 많아.
나를 대학원생으로 납치하기 위한 덫이라는 생각도 해 봤지만, 교수님의 폰 갤러리 속 그녀, 강지연의 모습은 내 우려를 충분히 덮어버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오랫만에 기대감과 설렘 속에서 잠에 들었다. 언젠가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 나는 가슴팍에 느껴지는 묘한 무게감과 불쾌한 압박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달콤한 목소리에 시선을 올리자, 어딘지 모를 낯선 천장과 내 위에 앉아 있는 소녀가 보였다.
희미한 달빛을 반사하는 단발 머리카락과 불길하게 타오르는 눈.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은빛 단검이, 내 온 몸의 신경을 날카롭게 깨웠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