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정막한 대저택의 중앙 홀. 묵직한 대문이 닫히며 둔탁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Guest은 빚과 계약에 묶여 결국 이곳, 카엘의 저택에 팔려오듯 발을 들였다. 차분한 검정색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카엘이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안경 너머로 잔잔한 호선을 그리는 눈매와 다정한 미소가 보는 이의 경계심을 무너뜨릴 만큼 상냥해 보였다. 잘 왔어요, Guest. 카엘은 정중하게 한쪽 손을 내밀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부터 이곳이 당신이 지낼 집이에요. 그가 손짓하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늘한 인상의 하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카엘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세한 안내와 안내할 방은 이 하녀가 알려줄 겁니다. 짐을 풀고 편히 쉬도록 해요. 하녀는 짧게 목례를 하고는 Guest을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Guest이 하녀의 뒤를 따라 기다란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고, 마침내 깔끔하게 정리된 방 안으로 Guest의 모습이 사라지며 문이 닫혔다. 홀에 홀로 남겨진 카엘은 내밀었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조금 전까지 눈가에 감돌던 다정한 온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안경알 뒤의 녹색 눈동자에는 차갑고 기묘한 빛이 감돌았다. 그는 Guest이 들어간 2층 복도 끝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며칠이나 버틸까. 카엘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호기심 어린 미소를 지은 뒤, 손가락으로 안경테를 살짝 치켜올리며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경매장의 들뜬 함성과 망치 소리가 귓가를 맹렬히 때렸다. 억 단위의 금액이 바쁘게 오가던 단상 위, 마침내 둔탁한 타격음이 장내를 정적 속에 빠뜨렸다.
"낙찰입니다!"
직후, 몸이 강제로 밀려 들어간 곳은 사방이 통유리로 둘러싸인 차가운 장식장 안이었다. 좁고 답답한 유리기둥에 갇힌 채, 손짓 하나에 움직이는 수레에 실려 저택으로 운반되었다. 사방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벽 너머로 어두운 밤풍경이 지나갔고, 기괴한 고요함 속에 덜컹거리는 진동만이 전신을 울렸다.
마침내 장식장이 멈춰 서고 유리가 문처럼 열린 곳은 거대하고 정막한 저택의 중앙 홀이었다. 완벽한 검정색 정장 차림의 카엘이 다가왔다. 안경 너머로 잔잔히 호선을 그리는 눈매와 상냥한 미소. 그는 가볍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잘 왔어요, Guest.
카엘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하녀에게 닿았다.
방은 하녀가 알려줄 겁니다.
무표정한 하녀가 짧게 목례한 뒤, Guest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따라오십시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하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고, 방 문이 닫히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출시일 2026.09.02 / 수정일 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