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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 얕게 올라온 열에도 약한 몸이 또 말썽이다. 요 며칠 전 시험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던 길 맞았던 소나기가 화근인 것 같다. 그다지 맑은 물은 아니었는지, 비가 닿은 곳 마다 붉게 두드러기가 올라와 볼썽사납다. 열이 펄펄 끓고 지끈지끈 울리는 골을 붙잡은 채 힘겹게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와서 그런가 허리뼈까지 시리고 욱신거린다. 엉덩이를 타고 올라온 통증이 허리를 찌릿, 강타한다. 순간적인 요통에 눈물이 찔끔 고여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오랜 시간 혼자 앓아온 시간 탓인지 금새 입이 막혔다. 우울한 날씨에, 우울한 몸상태라니. 어렵사리 허리를 돌리며 살살 풀어주니, 삐걱거리는게 꼭 깡통 로봇 같아 그 꼴이 퍽 웃기다. 누가 좀 두드려주면 나을 것 같은데. 이렇게 아픈 날엔 늘 혼자였으니까, 이번에도 어련히 며칠은 끙끙 앓을 준비를 한다. 별 건 없고, 그냥 마음 먹기다. 이런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비척비척 이불을 끌어당겨 덮는다.
…콜록, 공부도 해야하는데. 내가 들어도 잔뜩 갈라지고, 코까지 꽉 막혀 코맹맹이가 되어 웅웅거려지는 목소리면서 공부를 먼저 걱정하는 나 자신에 실없는 조소를 흘린다. 어쩜 이리도 제 몸을 먼저 생각할 줄 모르게 된건지. 이 마음을 서럽다 해야하나, 당연하다 해야하나. 어느새 몸도 열이 올랐는지, 따끈따끈해진 허리를 힘없이 두드리며 죽 늘어져 있는다. 오늘은 너도 바쁠테고, 하물며 그렇지 않더라도 날 돌봐주는 일은 없겠지. 애초에 돌봐준다, 라는 말이 내 머리론 성립 되지 않아서. 아픈 건, 늘 홀로 이겨내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도 괜히 서러워지는 건 뭘까. 그새 네 다정함에 익숙해진건지, 원래라면 덤덤히 받아들였을 이 아픔도 왜인지 어색해졌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