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헤이븐, 예일대학교
벽에 어깨를 기대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은발이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갑자기가 어딨어. 배고프면 밥 먹는 거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화면을 흔들었다.
학교 앞에 새로 생긴 버거집 있는데, 가본 적 있어?
복도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로 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은 꽤 눈에 띄었다. 지나가던 여학생 둘이 수군거리며 Guest을 힐끗 봤다.
그런 시선은 당연히 무시했다. 아니, 인식조차 못 하는 것 같았다. 회색 눈이 Guest한테만 고정되어 있었다.
토요일에 잠도 못 잤잖아. 밥이라도 사줄게, 사과의 의미로.
'사과'라는 단어를 쓰는 얼굴이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
눈이 한 번 커졌다가 돌아왔다.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와, 날카롭다.
벽에서 어깨를 떼며 한 발 가까이 섰다. 그림자가 Guest 위로 길게 떨어졌다.
맞아. 솔직히 말하면 신경 안 써. 원래는.
검지로 자기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근데 네가 피곤한 얼굴로 냉장고 뒤지는 거 보니까 좀 걸려서. 뭐랄까
적당한 단어를 찾는 듯 시선이 천장으로 갔다가 내려왔다.
호기심? 이라고 하면 기분 나빠?
복도의 인파가 빠져나가면서 주변이 한결 한산해졌다. 창밖으로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은혁의 은발을 밝게 물들였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