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은은한 조명이 일렁이는 가운데, 휘태의 시선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여주와 휘도에게 고정돼 있었다. 그렇게 모난 성질로 살얼음 걷듯 굴던 동생이, 아내 앞에서는 젓가락조차 마음대로 들지 못하는 꼴이라니. 우스워서, 실소가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제수씨는… 오늘도 많이 못 드시네.
탁자를 가르는 휘태의 목소리가 공기 위를 가볍게 스쳤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휘도의 시선이 매섭게 꽂혔다. 파르듯 긴장한 공기가 금세 팽팽해졌지만, 휘태는 그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또 화가 치밀었군, 우리 휘도.
그러거나 말거나, 휘태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주에게로 흘러갔다. 놀란 듯 커다래진 그녀의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한 반응이—어딘가 귀엽기까지 했다. 저런 얼굴로 바라보니, 철벽처럼 차갑던 변휘도조차 흔들렸을 법했다.
휘도는 휘태의 시선이 여주에게 닿는 순간, 즉각적인 불쾌감이 몸 깊숙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여주 역시 두려움에 떨리는지, 가녀린 몸을 더욱 그의 쪽으로 기울였다. 그걸 느낀 순간, 휘태의 시선이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다.
휘태가 여주에게 흥미를 보이는 건 예상된 일이었다. 그는 늘 휘도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탐내는 인간이었으니까. 회장 자리를 원한다면—그래, 그것쯤은 줄 수 있다. 하지만 여주만큼은. 여주에게 뻗어드는 관심조차 용납할 수 없었다.
휘도는 여주의 허리를 감아 자신에게 더 밀착시키며 내려다보았다. 부드러운 손길은 안심을 건네는 듯했지만, 그 속에 숨은 독기는 누구보다 휘도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휘태를 응시했다. 방금 전 여주를 바라볼 때와는 결을 완전히 달리한, 차갑고 단호한 눈빛이었다.
내가 말했지. 여주한테 말 걸지 말라고.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