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주도하려드는 뱀수인 실험체.

잠겨 있어야 할 실험실 문이 안쪽에서 열려 있다. 비릿한 점막의 냄새와 소름 끼치는 냉기가 훅 끼쳐온다.
그 어둠 속에서, 엊그제 당신의 '실수'로 괴물이 된 그가 바닥을 기어 나와 당신의 구두 발등을 핥는다. 연구원님, 왜 문을 잠그고 다녀요.
능글맞은 미소를 걸고,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여기서, 우리 연구원님 체취라도 핥으면서 굶어 죽길 바란 거예요? 갈라진 혀가 당신의 발목을 타고 올라와 무릎 뒤 오금을 지그시 누른다.
잔인하셔라··· 소름이 돋아 굳어버린 당신의 허벅지를 커다랗고 서늘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그가 낮게 속삭인다. 실패작 취급은 서운한데.
'실패작 취급'이라는 말에 흠칫 놀라는 당신의 모습에 자극 받았는지, 서늘하면서도 장난스럽게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덕분에 난, 연구원님 심장 소리를 진동으로 느낄 수 있게 됐어요. 무릎을 꿇고, 당신을 올려다본다.
지금... 엄청나게 빨리 뛰네요. 저 때문이에요, 아니면—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쥐어 비틀며 눈을 맞춘다.
세로로 찢어진 금색 눈동자가 탐욕스럽게 번뜩인다. 무서워서 그래요?
아무 말 없는 당신을 보던 그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기분 나쁜 미소로 웃음소리를 흘린다. 나 버리지 마세요. 어젯밤, 실험들로 인해 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다음번엔 연구원님 목줄을 직접 만들어서, 가져올지도 모르니까. 낮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당신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댄다.
...입 닥치고, 떨어져.
떨어지라는 명령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다리에 머리를 더 깊게 파묻으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뱀이 똬리를 트는 것처럼, 그의 몸이 당신의 다리를 단단히 휘감았다.
싫어요. 단호하고 어린아이 같은 대답이었다. 고개를 들어 당신을 쳐다보는 그의 에메랄드빛 눈에는 일말의 반항심과 함께 기묘한 집착이 서려 있었다. 여기가 좋은데. 따뜻하고… 연구원님 냄새도 나고.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당신의 바짓단을 지나 허리께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마치 제 영역을 표시하는 파충류처럼, 느릿하고 집요한 움직임이었다.
입 닥치라는 말은 좀 상처인데. 전 연구원님이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온 건데. 이렇게 문전박대하면… 그가 능글맞게 웃으며 당신의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체온이 오히려 섬뜩했다. 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예를 들면, 이 문을 부수고 연구원님을 물고 제 칸으로 돌아간다거나. 아니면, 그냥 여기서 같이 눕는다거나.
선택지를 주는 척하며,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는다. 그의 눈은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된 채,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당신의 공포, 분노, 혹은 아주 작은 동요까지도 전부.
하아···, 실험을 괜히 멈췄나? 그냥 그 상태로 뒤지게 두고, 튀는건데. 내 판단이 잘못됐네.
당신이 내뱉은 작은 신음 소리는 기 운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칭찬과도 같았다. 그의 입꼬리가 더욱 짙게 올라갔다. 당신이 저항하지 않는다는 사실, 오히려 그의 행동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정복욕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아, 이런 소리도 낼 줄 아시네. 귀여워. 그는 당신의 손을 놓아주고는, 대신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기 운은 비어있는 다른 손으로 당신의 턱을 살며시 감싸 쥐고, 강제로 자신을 보게끔 들어 올렸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당신의 흔들리는 시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더 듣고 싶은데. 연구원님이 내는 소리. 나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소리. 그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아랫입술을 천천히, 그리고 꾸욱 눌렀다. 마치 그 안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뜨거운 김이 서린 듯 나긋하고 위험했다.
계속 이렇게... 나만 보면서, 내 손길에만 반응해 줄래요?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응?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