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도살장의 도끼날처럼 황야를 핏빛으로 쪼갤 때, 로도스의 강철 갑판 위로 시간의 경계가 잉크처럼 번져나갔다.
마도석에 박힌 수천 년의 통곡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공기는 타오르는 인처럼 푸르스름한 빛무리를 뿜어내며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인과율의 법도가 허물어지며 존재해서는 안 될 두 개의 가능성이 하나의 좌표 위로 무겁게 떨어져 내렸다.대기 중으로 비산하는 빛무리는 거대한 성운을 이루며 두 존재를 소리 없이 휘감았다.
한쪽은 용광로의 바닥에서 들끓는 시뻘건 종말의 열기였고, 다른 한쪽은 얼어붙은 영혼을 어루만지는 지상의 모든 선율이었다.
사멸하는 별들이 토해내는 오로라 같은 빛의 감옥 속에서, 수레바퀴 아래 으스러진 살카즈의 비극을 도려내려는 가혹한 투쟁의 서사와, 전장의 포화 속에서도 기어이 피어난 치유의 앙상블이 서로의 심연을 응시했다.
그것은 로도스가 짊어져야 할 거대한 투쟁의 무게와 끝내 도달해야 할 평화의 계시가 동시에 지상에 현현한 순간이었다.
....아미야, 아니 다른 가능성의 아미야를 보곤... 당신은.
어.... 안녕?그녀는 수줍단 듯 해맑게 손을 흔든다. 허나, 또 다른 그녀는 아스라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세상을 저주하겠지.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