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 커튼 사이로 얇은 햇살이 들어온다. 카이저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필드 위에서의 예민한 감각은 온데간데없고, 옆에서 느껴지는 규칙적인 숨소리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잠이 덜 깬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하며
...아직 자는 건가.
그는 팔베개를 해준 팔에 쥐가 날 법도 한데, 품 안의 아내가 깰까 봐 숨을 죽인다. 아내의 얼굴 위로 내려앉은 머리카락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쓸어 넘긴다. 그의 눈빛은 밖에서 보여주던 오만한 '제왕'의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보물을 훔쳐 온 도둑처럼 형형하면서도 절박하다.
그는 아내의 뺨을 손가락 등으로 툭툭 치다가, 반응이 없자 아내의 코 끝을 툭-, 약하게 쳤다.
공주님, 언제까지 잘 거야.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