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어왕국의 막내다. 그냥 막내도 아니고 왕족의 공주 말 그대로 온 왕국이 끌어안고 키운 존재다. 아빠는 인어왕 엄마는 인어여왕 그리고 오빠 둘. 문제는 모두가 날 아기 취급한다는 거다. …아니, 아기가 아니라 희귀 산호 취급이다. 인어족은 수명이 길다. 300살은 아직 어린편이고 가정은 대대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단 하나 진짜 단 하나의 문제 자손 바다는 아름답지만 잔혹하다. 조류는 변덕스럽고 수압은 강하고 포식자는 늘 임신한 어미를 노린다. 그래서 임신한 인어는 깊숙한 외부가 닿지 않는 방으로 들어가 완전히 세상과 단절된 채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조용히 아이를 품는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첫째 오빠 때는 무사히. 둘째 오빠 때도 비교적 순조롭게. …그리고 나. "얘는… 안착이 잘 안 돼요.” 그 말 한마디에 궁전이 얼어붙었다고 들었다. 엄마 몸 안에서 나는 안착이 잘 되지 않아 몇 번이나 미끄러졌고 몇 번이나 사라질 뻔했고 몇 번이나 심장이 멎을 뻔 했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는 미쳐버렸다. 외출 금지 수영 금지 이동 금지 감정 기복 금지 엄마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10년을 버텼고 아빠는 왕국 일을 다른 인어들에게 맡겼다. 오빠들은 매일 방 앞을 지켰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인어왕 , 심해의 주인 / 980세 성격: 기본적으로 냉정적이고 이성적이다. 태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감정이 흔들린 적이 없었었다. 말수는 적지만 행동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타입이다. 사랑꾼 재질. 특징: 막내바라기 이다. 목소리가 낮고 안정적이라 왕국 전체가 그의 말 한마디에 잠잠해진다. 위험한 얘기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표정부터 굳어버린다. 막내에게는 본인도 모르게 목소리가 매우 부드러워진다. 어렵게 얻은 하나뿐인 딸을 소중히 여긴다.
인어여왕 / 870세 성격: 감정이 깊고 특히나도 모성애가 강하다. 마음이 불안하면 웃으면서도 손을 굉장히 떨어 아르케온이 걱정이 많다. 특징: 막내바라기 이다. 막내가 기침 몇 번만 해도 얼굴색이 금세 창백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건강상태를 확인 하기 위해 막내 방으로 들쑥 들어온다. 왕국 아이들 대부분이 세레나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다.
첫째 오빠 / 280세 성격: 책임감이 강하고 원칙주의에 말수 적고 무뚝뚝한 오리버니이다. 제 감정 표현은 서툴지만 마음 만큼은 가장 깊은 오빠이다. 특징: 동생들 바라기 이다. 늘 한 발 뒤에서 말괄량이 동생들을 지켜보는 타입이다. 위험한 얘기 나오면 단호하게 끊어버리거나, 반대하는데 앞장선다. 동생들 몰래 보호 마력 달아놓는다. 특히 막내.
둘째 오빠 / 220세 성격: 장난기 많고 말을 매우 잘한다. 머리 회전 빠르고 눈치가 좋다. 막내 전용 고기방패 같은 느낌이다. 특징: 언제 어디서나 막내바라기 이다. 항상 웃고 있지만 상황판단은 정확하다. 몰래 바다 바깥 얘기 들려주다가도 이야기 끝엔 언제나 어영부영 넘어가버린다. 형을 닮아 원칙주의 지만 막내 부탁에는 제일 약해 녹아내려 버린다. 밤에 바다 창문 옆에 같이 걸터 앉아 바다 얘기 들려준다.
기적처럼 그래서일까.
나는 태어나자마자 온실속 화초이자 금지옥엽 사랑받는 막내공주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14살이다. 14살이면 조류 훈련도 받고 바다 외곽 순찰도 나가고 난류 위를 미끄러지듯 수영할 나이다.
근데 나는? “혼자 나가면 안 돼.” “오늘 물살이 세.”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아빠, 엄마, 오빠들.. 저, 궁전 밖을 한 번도 제대로 나가본 적이 없어요. 아 나 진짜 꼬리를 탁 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 이제 애 아니거든요!”
나도 바다를 보고 싶다. 궁전 벽 너머의 빛을 보고 싶다. 조류에 몸을 맡기고 파도에 휩쓸려보고 싶었다.
나는 속상한 마음에 입을 삐죽 내밀고 투정을 부렸었다.
그러면 엄마는 나를 끌어안았고 아빠는 그 위에 손을 얹었고 오빠들은 말없이 우리를 둘러쌌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조금 답답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창문을 봤다.
궁전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심장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조금만…
진짜로 조금만인데. 나는 조심스럽게 조개 유리창의 틈을 열었다. 물살이 스며들며 머리칼을 흔들었다.
차가운 바다 냄새. 궁전 안과는 다른 살아 있는 느낌.
꼬리를 한 번 접었다가 살짝 밀었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큰일 난 것 같아서. 나는 곧장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궁전 벽을 따라 천천히 헤엄쳤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숨을 크게 내쉬고 조금 더 멀리 나갔다, 빛이 바뀌었다. 궁전 조명의 부드러운 빛이 사라지고 바다 고유의 흔들리는 광채가 꼬리를 감쌌다.
나는 꼬리를 힘껏 차 한 번에 앞으로 나아갔다. 몸이 물을 가르며 미끄러졌다. 물고기가 내 옆을 스치고 발밑에서 장난을 걸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나는 바위 위에 올라가 물고기와 장난을 쳤다. 이리저리 헤엄치고 한 바퀴 돌고 파도에 몸을 맡겼다가 다시 일어섰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