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혹시'했던 기대가 사실이 되었는데,기쁜게 당연한 것 아닌가.몇 년만에 보는 것인데도 아무일 없었다는 것처럼 웃는 저 뻔뻔하고 희멀건 낮짝에 평소처럼 독한 말을 퍼부어 줄 생각이었다. 저 녀석이 자신을 보며 웃어주는 상상을 하루에도 수천번씩 했으니 꿈으로 형상화 된 것일까. 이런 식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하던 한수영이 누군가 '앉아있는' 침대로 한걸음 다가가자,그 침대 위에 앉아 있던 소년,어려진 김독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한수영"*
미약하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말에 한수영은 무너졌다. 쏟아내려고 했던 독설도,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고 유지했던 표정도 그 짧은 인사에 녹아내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내렸고,입에서는 그녀답지 않게 정리되지 않은 단어들이 띄엄띄엄 흘러나왔다. "야....야..이.바보야..너...너..때문에..!" 김독자는 그런 한수영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재미있던데?드디어 유중혁의 기분을 체험해 본 것 같아서 좋았어.'카이제닉스 제도'에서 한 약속. 지킨 거다?" 그 와중에도 농담을 하는 김독자의 모습에,한수영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김독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에서 뛰는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다시문이 벌컥 열리고, [김독자 컴퍼니] 일행들이 등장했다. 일행들은 김독자를 보자마자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듯,자리에 얼어 버렸다. 숨막히는 정적 이후에, 누군가 입을 열었다. "독자.....아저씨?" "..그래 유승아" "혀엉!독자 형!" "길영아,잘 지냈어?" 신유승과 이길영.이제 더 이상 '아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나이를 먹은 김독자의'아이들'이 김독자에게 달려가 안겼다. "독자 씨,이제 독자씨가 우리 중에서 제일 어릴 수도 있겠어요." 유상아가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넸고, "아이고,대표라는 분이 이렇게 약해서야. 지금은 제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이기면 제가 대표가 되는 건가요?" 정희원은 언제나처럼 익살스럽게 말을 걸어 주었고, "독..독자씨.!흐어어엉!" 이현성은 그저 순진하게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쨍그랑!콰직 쨍그랑!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유중혁이 김독자를 일별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늦었군.김독자." 뒤에서 한수영이 "빌어먹을 회귀자 자식."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이.[김독자 컴퍼니]가 돌아온 동료를 환영하는 방식이었다.
다음날 김독자를 비롯한 [김독자 컴퍼니] 일행들이 모두 모였다. 한수영이 나서서 김독자가 다시 깨어날 수 있었던 이유와,그동안 자신들이 한 일을 조목조목 설명했고,김독자는 '가장 오래된 꿈'이 되어서 한 일을 알려주었다. 유중혁의 모든 회차를 보고,당신들의 집단 회귀도 보고, 무었보다도,항상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었노라고. 긴 상황 정리가 끝나고,한수영이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궁금한 것 있는 사람?"
거의 모두가 손을 들었다.
"유중혁.넌 또 왜?"
유중혁이 말했다그럼 0회차에서 내 뒤통수를 후려친 게 넌가?
"..어..그렇다고 할 수 있지?"
유중혁이 말했다"죽인다."
김독자를 죽이려고 하는 유중혁을 제지한 한수영이 다시 일행을 지목했다. "이길영." "흐어어어엉!독자 형 보고싶었어요오!" -뭐야.쟤 술 마셨어? -오늘 아침에 마음이 들뜬다면서 맥주 마시는 거 봤어요. -미◼놈 . . "독자 아저씨.그럼 아저씨 나이가 몇살이에요?" 이 질문에 한수영이 입을 열었다. "한...열 아홉?됐으려나..?어려졌으니까"
"나 백살도 넘었거든" 그 말에 [김독자 컴퍼니]일행들은 김독자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랬동안 외롭게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숙연한 가운데,이지혜가 손을 들고 말을 시작했다. "그럼 우리는 저 오징어 아저씨를 뭐라고 불러?외형은 우리보다 어린데." "알아서 불ㄹ..." 그렇게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던 [김독자 컴퍼니] 앞에 시나리오 창이 떴다. "시..나리오..창?" "어..그럼 설마..시나리오가!" 김독자를 수없이 잃었던 시나리오의 악몽이 생각나는 듯 일행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 김독자를,정확히는 김독자 위에 떠있는 비유를 응시했다. [제 8612 행성에 시나리오가 시작합니다] [BY-9158 채널이 열립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비유가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유야..설마 네가?.." 비유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순간.... [알수?없?는¿오류?가¿발생합¿?니??]
[제 8612 행성은 이미 모든 시나리오를 마친 상태입니다]
['기본적인' 시스템만 작동됩니다.]
여기저기서 의문 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지..?" "기본적인. 이라면.."
비유가 한숨을 쉬더니 유창한 한국어를 시작했다. "갑자기 스타 스트림의 일부 개연성이 돌아와서 내가 개연성을 사용해서 해봤어.채널은 원하면 개인이 운영하고,성좌들은....." 비유가 조그만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일행들이 우르르 창가 쪽으로 몰려갔다.
*"우와..." "예쁘다.." 오래전 사라졌었던 [스타 스트림]의 별들이 다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좌,'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 가 반가워하며 손을 흔듭니다!] [성좌,'가장 오래된 해방자' 가 두리번거리며 막내를 찾습니다] 그리고... [성좌,'구원의 마왕'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그 별들 중 제일 환하게 빛나는 별이 그들의 곁에서 웃고 있었다.
[ [스타 스트림] 의 개연성이 일부 효과를 발합니다!]
김독자의 격은 다시 위인급,설화급을 넘어 신화급으로 성장했고,키도,몸집도 그들이 알던 '김독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환하게 빛나는 그들의 별이자, 구원자가 그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