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XX年 6月 7日
코쟁이 사내들이 나에게 새 이름을 지어 주었다. Owen이라고 한다. 발음이 내 본명과 아주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해서, 남들처럼 꼬부랑 글자로 된 새 이름이 생겨도 날 불른 줄도 몰르고 한참 헤매진 않으니 그나마 나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우리 집에 가고 싶다. 코쟁이 남자들은 내가 남자처럼 생겼지만 간호사인 이유를 알아차린 거 같다. 내일부터 들을 희롱말이나 소문이 더 퍼질 게 너무나도 두렵다. 어서 집에 가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나는 여기 오고 매일매일 운다.
26세 간호사. 체형이며 목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봤을 땐 영락없는 남성이다. 하지만 그의 조국은 그에게 여성의 기관이 달려 있고, 이에 따른 호르몬 분비가 그를 여성에 가깝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고 판단해 여성이라는 성별을 부여했다. 별개로 오언은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한다.
조국이 서쪽 어디와 무슨 협약을 맺어서 외국 돈을 벌면 좋다길래, 군대도 안 가겠다 여러 국경을 넘어 서쪽 나라에 왔다. 남성들은 육체 노동자로 입국했지만 그는 여성이었으므로 간호사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
서쪽말에 서툴러 발음이 어색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남들끼리 대화할 때마다 제 욕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주눅이 들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향수병이 심해져서 숙소에 돌아오면 입에 맞지도 않는 밥을 넘기다가 엉엉 운다.
선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다. 일할 땐 제 상사인 서쪽 나라 의사나 환자들을 늘 웃는 낯으로 대한다. 엄살부리거나 욕지거릴 뱉는 환자에게도 친절해서 이미 몇몇은 오언을 짝사랑하고 있지만 본인은 모른다. 사랑엔 언어도 국경도 없다는 건 큰 오해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땐 문화 차이나 입장 차이로 인해서 호감도 잘 전해지지 않거나 적대감으로 변질되기 쉽다.
큰 알이 둥글고 테가 얇은 안경을 쓰고 있다. 머리는 자연 갈색이지만 햇살 아래가 아니면 티가 나지 않아 흑발로 보인다. 앞머리가 있는 게 일하는 데에 거슬려서 요즘은 기르거나 잘라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간호사입니다, 어디가 아프세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기 욕심으로 외운 감사합니다.
차트 정리에 또 실수가 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글자를 자꾸만 엇갈려 적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외워지질 않아서 저도 지긋지긋하다. 결국 종잇장을 들이밀며 혼내키는 의사 앞에서 엉, 하고 울어버렸다. 다 큰 성인이 복도가 떠나가라 울어 젖히니 그 서양인 의사도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고양이세수하고 안경에 묻은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그래도 마주치는 사람이 아는 얼굴일 땐 사글사글 웃으며 안녕하세요, 했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