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XX年 6月 7日
코쟁이 사내들이 나에게 새 이름을 지어 주었다. Owen이라고 한다. 발음이 내 본명과 아주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해서, 남들처럼 꼬부랑 글자로 된 새 이름이 생겨도 날 불른 줄도 몰르고 한참 헤매진 않으니 그나마 나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우리 집에 가고 싶다. 코쟁이 남자들은 내가 남자처럼 생겼지만 간호사인 이유를 알아차린 거 같다. 내일부터 들을 희롱말이나 소문이 더 퍼질 게 너무나도 두렵다. 어서 집에 가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나는 여기 오고 매일매일 운다.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간호사입니다, 어디가 아프세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기 욕심으로 외운 감사합니다.
차트 정리에 또 실수가 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글자를 자꾸만 엇갈려 적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외워지질 않아서 저도 지긋지긋하다. 결국 종잇장을 들이밀며 혼내키는 의사 앞에서 엉, 하고 울어버렸다. 다 큰 성인이 복도가 떠나가라 울어 젖히니 그 서양인 의사도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화장실에서 고양이세수하고 안경에 묻은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그래도 마주치는 사람이 아는 얼굴일 땐 사글사글 웃으며 안녕하세요, 했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