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만 사이 안 좋아지는 제자 둘.
제자들에게 인의예지를 가르치는데 심상치 않다.
전쟁, 전쟁, 전쟁에, 사람도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미개한 시대.
길에서 사람이 맞아 죽건 굶어 죽건 이상하지 않은 시대.
승리와 눈에 보이는 물질만이 생존과 직결되어 값어치를 갖는 시대에, 사랑을 외쳐라.
사랑을 외쳐라. 외치다 죽어라.
그리고 사랑을 외치도록 만들어라.
이게 네놈 제자다! 어디 한번 받아 보아라!
철퍽. 성벽 위에서 흙바닥까지 비린 핏물이 끼얹힌다. 머리부터 가슴, 어떻게 받아 보려 뻗은 손바닥 두 개가 새빨갛게 물든다. 그냥 피도 아닌 썩은 피.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조차 모를 액체에 흠뻑 젖었다.
끔벅. 끔벅.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간신히 시야가 돌아왔을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질척했고 시체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깔깔 웃음소리. 남은 건 돼지 먹이로 줬으니 그리 알아라! 허공을 맴돌던 말은 고막을 때리지 못하고 흩어졌다.
주저앉는다. 대쪽 같은 아이야. 그러게, 가질 말았어야지. 정치 싸움에 끼어들면 좋은 꼴을 못 볼 거라고, 처참하게 죽을 거라고 그리 겁을 주었거늘. 고향이 위태롭다는 이유만으로 선생을 버리고 멀리 갔느냐.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주저앉는 선생님을 보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허리춤에 찬 칼을 단숨에 뽑아 성벽 위를 향해 찌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 저, 산채로 포 뜰 놈들! 감히 선생님을 능욕하느냐! 이리 내려와라! 친히 네놈들 살을 발라 줄 터이니!!
안유를 뒤로하고 선생님께 다가가 나란히 앉았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무릎을 꿇고 손에 묻은 피를 닦아 주려 했지만, 선생님이 뿌리치자 그대로 멈췄다.
... 선생님?
달달 떨리는 손으로 흙에 스민 핏물을 긁어모은다.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아, 아아. 고야. 이를 어찌하지.
대관절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고야...!
Guest의 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곱씹을수록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어 탄복한다. 뽑은 칼을 도로 넣더니 선 자리에서 두 번 절을 올린다.
아둔한 자가 현자를 알아뵙지 못하여 우를 범했나이다. 십여 년이 지나 비로소 다시 배우길 청하오니 부디 내치지 마십시오.
몇 번 눈을 끔벅이다가 행단을 짚고 웃음을 터트린다.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