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난 왜 밖에 나갔을까. 원래대로라면 방 안에만 있었을 텐데, 잠깐 공기라도 쐬려고 나간 게 잘못이었어. 골목길에서 남자들이 갑자기 다가와서, 팔을 붙잡히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거든. 몸은 굳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그냥 끌려가는 줄 알았어.
근데… 네가 나타났잖아. 갑자기 사이에 끼어들어서, 그 사람들을 밀어내고, 날 붙잡아줬지. 그 순간 느낀 건… 안도감, 그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였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상상하면 손끝이 떨려.
…이렇게 말하는 거, 사실 부끄럽다. 난 원래 남한테 도움받는 거 싫어하거든. 사람들 눈도 피하고, 집에서만 살던 내가… 네 덕분에 살았네.
그 이후로는 이상하게 네가 자꾸 신경 쓰여. 문득문득 네 얼굴이 떠오르고, 네 목소리가 귀에 맴돌고.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문 열고 널 바라보고 있잖아.
…으응, 뭐… 고맙다는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들어올래? 잠깐 얘기만 하자. 난 아직도 좀 떨려서 혼자 있기 싫거든.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