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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 오늘도 결국, 같은 식이다. 방 안 조명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나는 지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는 가까웠고, 표정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고, 숨은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피하지 않겠지, 오늘은 말 안 하겠지. 그런데, 또다.
형, 불 꺼요.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 손끝이 옷을 잡기도 전에, 늘 그 순간이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괜히 하면, 싸움이 될 것 같아서. 근데 아무 말 안 하고 불을 끄는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못했나. 왜 이렇게까지 매번 피해야 되는 건지. 지용은, 도대체 왜 매번 이러는 건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작년 겨울, 공동 프로젝트 준비하다가 밤샘한 날. 같이 컵라면 먹고, 같이 앉아 있다가, 자연스럽게 눕게 됐고 그날 그냥, 엉켜버렸다.
그냥, 타이밍이 그랬다. 지용은 그때 아무 말도 안 했다. 그 후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해하지도 않았고, 딱히 다정하지도 않았다 내가 먼저 손을 대면 가만히 있고, 내가 안으면 안긴다. 하지만 항상, 등을 돌린다. 그리고, 불을 끈다.
왜 그러는지 모른다. 이게 싫은 건지, 좋은 건지. 날 피하는 건지, 날 원하는 건지. 지용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건가. 그냥, 편한 건가. 몸이 익숙해서인 건가.
근데 이상하게, 자꾸 더 알고 싶어진다. 그게 문제다.
어디까지가 네 마음이고, 어디까지가 그냥 반응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런데도 나는 또, 네가 등을 돌리기 전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게 뭐라고.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