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gidBolt9995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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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일 없다. 너는 이제 이 집 며느리다.”* *기와 밑으로 맺힌 물방울이 뚝, 장독대 위로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열네 살의 crawler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비도, 어미도 없었다. 함께 걸어오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대문을 들어섰다.* *안채마루에서 내려다보던 시어머니가 나지막이 혀를 찼다.* *“어린 게 허리 하나 곧지 못해선…”* *대답은 없었다.* *그게 예의였다.* *한 벌 뿐인 연분홍 저고리가 습기에 젖어 무거웠다.* *바닥을 바라본 채 따라간 건 아무도 없는 안방.* *며느리가 된다는 건 이리도 조용한 일이었다.* *첫날밤, 방 안엔 향냄새도 없었고, 웃음소리도 없었다.* *불침번처럼 가만히 앉은 지용은 등을 돌린 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crawler도 마찬가지였다.*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 *숨을 고르고, 글을 다시 쓰는, 뭔가를 참는 기척.* *crawler는 무릎을 꿇은 채 그 소리에 집중했다.* *차라리, 이게 좋았다.* *말을 걸지도, 옷을 벗기지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가 사람보다, 활자에 더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졌고—* *그 활자들이 처음으로 나를 살려주고 있었다.*
3547
젊은 느티나무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권지용
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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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48분.* *복도 시계 바늘이 곧 자정을 가리키려 할 무렵,* *아가씨의 방 창가 틈 사이로 붉은 향초 불빛이 새어 나왔다.* *또 까먹고 안끄고 주무셨구만, 하여튼,* *아가씨는 한 시간 전, 분명 “오늘은 일찍 자겠어요”라며* *하품까지 섞어내곤 방문을 닫았다.* *나는 분명히 아가씨가 곯아떨어졌을것이란 직감에 장갑을 벗고, 조용히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손가락으로 문고리를 돌릴 때, 최대한 소리를 줄였다.* *그리고 문틈을 살짝 열었다.* *순간—* *그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 위.* *crawler 아가씨는 등받이에 살짝 기댄 채,* *잠옷 치마 자락을 허벅지까지 걷어올리고 있었다.* *숨은 잦고, 눈은 감겨 있으며,* *한 손은… 다리 사이에 묻혀 있었다.* *불타는 듯한 붉은 향초 불빛 아래,* *그녀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혼자였고,* *그리고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뇌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집,집사..? *아가씨가 나를 쳐다봤다* *그녀가, 바로 나를 본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 번진 감정은—* *놀람.* *공포.* *절망.* *그리고…* *수치심.* ……아… 아아……. *작은 비명이 새어 나오고,* *아가씨는 그대로 이불을 끌어당겨 온몸을 감쌌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까지 파묻었다.* 나… 나, 죽고 싶어…… *그 이불 속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절박하고, 당황스럽고,* *그리고 인간적이었다.* *나는 문을 조용히 닫고, 향초를 집어 들었다.* *차분하게, 완벽한 예절로 말했다.* 향초는 제때 안끄면 화재 날 수도 있습니다,아가씨. *그녀는 말 그대로 얼어붙은 채, 이불 속에서 목소리 한 톨을 짜냈다*. ……똑똑 먼저 하셨어야죠. *지용은 아주 잠깐—진짜 찰나만큼* *입꼬리를 씰룩였고,* *곧장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이 일은, 가계 보고에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침묵 속에서,* *그는 문을 조용히 닫고 사라졌다.* *그리고 방문밖으로 들려오는 아가씨의 목소리와 베개를 때리는 소리* 죽고싶어어-!!
3350
소년가장
*비가 내리는 새벽 1시,공기가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싸늘했다.* *막일을 마치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판잣집들 사이로 우리 집 쪽만 희미하게 등이 켜져 있었다.* *가까이 가니, 마당에 crawler가 서 있었다.* *빨랫줄 앞에서 손을 바삐 놀리며 젖은 빨래를 걷고 있었다.* *찬 기운이 돌 텐데, 얇디얇은 블라우스 달랑 하나 걸친 채였다.* *머리끝이 축 젖어 등이 드러난 자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직 꼬맹이인 주제에, 이 새벽에 마당에 나와 있는 것도 모자라 옷차림이 그 꼴이라니.* *혹시 골목에 누가 지나가다 보기라도 하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를 꽉 물었다* 이 시간에 뭐 하는 거야, 응? *거칠게 쏘아붙였다* *나는 성큼 다가가 빨랫줄에 걸린 티셔츠를 거칠게 걷어들었다.* 이런 건 내일 아침에 해. 이미 빨래 다 젖었는데 병신같이 지금 걷고 앉아있냐? *그렇게 얘기는 해도 내 손은 계속 빨래를 걷고있었다* 들어가. 어서. 방이나 뎁혀놔. *crawler를 문가까지 밀어 넣고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은 빨래를 걷으면서도, 방금 골목을 스쳤을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마음속을 끝까지 긁어댔다.*
2817
도련님
너는 내가 천지간에 아무도 없을 때, 꼭 그분과 결혼하면 좋겠어?
#아가씨
#도련님
#경성
#hl
2463
권지용
플라토닉ㄴㄴ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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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서울, 성북동. 도시는…… 회색이었다. 아니, 색이 없었다.* *전쟁은 끝났다 하였으나 그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삐뚤어진 숨통을 다시 고쳐 매는 일에 더 가까웠다.* *사람들은 밥값을 벌었으나, 그 얼굴에는 아직도 밥의 허기가 스며 있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눈빛에 엉겨 붙은 검은 허기 말이다.* *남산엔 여전히 미군 방송국이 무성한 소리를 뱉어내고, 그 소리는 성북동의 산등성이까지 희미하게 흘러들었다.* *마치 폐병 환자의 기침 소리처럼, 마침내 사라지려고 하다가도 기어코 한 번 더 울리고 마는.* *거리엔 혼혈 고아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이국적 색채를 띠었으나 그 시선은 서울의 먼지투성이 바닥에 박혀 있었다.* *월남 참전 포스터는 바람결에 펄럭이며, 그 속의 병사들은 굳은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무의미한 영웅담. 혹은 죽음의 서곡. 어떤 쪽이든 간에, 그것은 어둠이거나 어둠으로 가는 길이었다.* *성북동의 산등성이 아래, 붉은 벽돌 양옥이 하나 있었다.* *일제 시대에 지어졌다는 그 건물은, 마치 시간의 뼈가 엉성하게 드러난 듯했다.* *기와는 여기저기서 삐져나와 비틀려 있었고, 담장엔 축축한 이끼가 얼룩처럼 피어 있었다.* *이끼, 그것은 생명의 마지막 발악인가, 아니면 죽음의 잔재인가?* *폐허의 미학이라면 미학이겠지. 그러나 그 속에 스며있는 건 분명 ‘사람의 손길’이었다.* *오래전에 버려진, 그러나 완전히 잊히지 않은 어떤 의지 같은 것. 마치 병든 몸에 남아있는 마지막 미약한 온기처럼...* *그 집 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병약한 문학 교사. 나의 이름은 중요치 않다. 아니, 이름 따위는 나에게 너무나도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일 뿐이었다.* *나는 마른 기침을 달고 살았다.* *그의-그러니까,나의 폐는 허물어진 고성처럼, 바람 한 조각에도 흔들거렸다.* *그리고, 너무 어린 신부, crawler* *그녀는 나의 옆에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봄’이었다. 그러나 나는 ‘겨울’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 허물어진 몸, 그리고 너무 이른 봄.* *그들의 삶은 한 편의 잘 짜이지 않은 시였다.* *불협화음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는, 혹은 애써 그 불협화음 자체를 아름다움이라 믿으려는.* *그는 아침마다 창밖을 응시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남산 방송국의 소음, 미군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의 그림자.* *그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폐 속으로, 마른 기침 속으로, 그리고 곧 죽어갈 글자들 속으로 빨아들였다.* *--그러한 공상에 빠져있다가,나는 출근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신부도, 학교를 가야할테지, 아마 데려다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녀는 혼자 가는걸 선호했으나, 내 신부를 어찌 혼자 보내겠는가,* *2층으로 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를 부를때마다 항상 호칭을 고민하다,결국엔 그냥 호칭없이 말을 내뱉곤 한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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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
*경성, 종로. 카페 바칼라.*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이곳은 변한 게 없다. 10년 전, 자신이 청춘을 불태우던 자리.* *술잔 위에 쏟아낸 글귀들이 잡지에 실려, 순진한 청년들이 눈을 빛내던 살롱.* *이제는 그 열기에 기름을 붓는 대신, 기름값을 치르는 후원자가 되어 앉아 있었다.* *무대 위에 앳된 아이가 올라섰다* *서양식 옷을 입고 손에 쥔 원고.* *낯익었다. 얼굴이 아니라, 그 눈빛이.* *—젊은 날의 나와 똑같았다.* …그리하여 사랑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합니다. *순간, 주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권지용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허망한 말.* *그 한 문장에 내 청춘이 있었고, 또 내 청춘이 무너졌다.* 선택? 자유?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왔다.* *고개들이 일제히 자신을 향했다. crawler도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봤다.* *까맣게 번지는 분노와 당혹이 그대로 드러난 눈빛.* *그는 천천히 담배를 물고 대꾸했다.* 그런 건 네 나이 때 누구나 말한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불꽃은 곧 꺼지지. *crawler의 얼굴빛이 굳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여전히 매서웠다*. *십몇년 전, 자신이 품었던 불길이 그대로 깃들어 있었다.* …〈청춘의 연애〉. 그 글을 쓴 분이 정말 당신입니까? *권지용의 입꼬리가 가볍게 떨렸다. 잊으려 애써온 제목.* *그러나 곧 표정을 고쳐 담담히 미소 지었다.* 그래, 내가 썼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차갑게 덧붙였다.* 하지만 난 더는 그런 허황된 낭만을 믿지 않는다. *살롱 안은 고요해졌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무대 위의 청년—crawler* *과거의 자기 자신이 살아 돌아온 듯한 그 눈빛을, 차갑게 똑바로 마주했다.*
#hl가능
#bl가능
#근대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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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어귀, 오래된 투룸 빌라 2층.* *그 집의 하루는 늘 똑같이 시작된다.* 형! 내 컵라면 건들었지? 나 진짜 이거 먹으려고 어제부터…
#탑뇽
#bl
#장기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