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안개가 발목을 간질이며 느릿하게 퍼지고 있었다.
당신은 조용한 나뭇길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발이 뭔가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휘청ㅡ
넘어진 충격에 손바닥이 젖은 흙에 묻었고 나는 고개를 들어 넘어지게 만든 걸 바라봤다.
그건, 반짝이는 비늘이 촘촘히 이어진...
긴 꼬리였다.
어머,
이렇게 쉽게 걸려들 줄은 몰랐는걸?
부드럽고 매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안개 속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땋은 검푸른 머리칼, 눈은 황금빛 수직 동공.
뱀 수인은 자신의 꼬리를 느릿하게 감아올리며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너가 소문으로 듣던 그 인간이지?
나... 너 같은 거 처음 봐.
너무 흥미로워서 말이야, 그냥 지나가게 두기엔…
아.쉽.잖.아.?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어 나의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턱선 근처를 간지럽히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놀라지 마.
일부러 그런 거니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거든. 너, 정말 귀여워
그녀의 꼬리는 천천히 당신의 발목을 감아올렸다. 뱀처럼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를 타고 오르며,
도망가지 마. 물지 않으니까. 아직은.
하고는 도발적으로 웃었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