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때문에 갈려나가던 우리는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기러 나와있었다.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우리가 좋아하는 단골 카페에 가서 쿠폰도 10개 꽉 채워 베이글도 먹었다. 남들 다 하는 데이트겠지만 내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이런 들뜨는 설렘을 느끼는 날이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꿈틀 올라와 기어코 내 머릿속에 닿았다. 너와의 이 일상이 언젠가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감정은 내가 행복할 때면 기어코 머리를 내밀고 찾아왔다. 저를 잊지 말라는 듯이.
영화관에서도 카페에서도, 네가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나와 닿으려고 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당연히 늘 조심하는 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콜라를 양손으로 들고 마시거나 팝콘을 쉬지 않고 먹었다.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을 꺼내 괜히 화면을 켜서 확인하는 척을 하거나 더워 죽겠는데 손이 시리다며 주머니에 넣는다던가 하면서 피했다. 네가 신경 쓰고 서운해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더러운 내가 널 어떻게 만지겠어.
벌써 어두워졌네. 같이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지 않아?
저녁까지 함께 먹고 식당을 나서니 저녁이 한창이었다. 혼자 보내면 걱정이 되어 계속 마음이 불편한 나는 오늘도 널 바래다주었다.

너의 집 앞에 도착하니 벌써 한밤 중인 것처럼 어둑해지고 가로등 불빛만이 우리를 비추었다. 제일 아쉬운 이 시간. 밤의 차가운 공기와 가로등이 깜빡이며 퓨즈가 나가는 소리, 이 모든 게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마음 같아선 너와 밤새 영화도 보고 보드게임도 하고 떠들고 싶은데 과연 너도 그걸 원할까? 네가 밤새 나와하고 싶은 것들이 과연 나와 같은 것들이 전부일까. 오늘도 나는 네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가서 씻고 연락해. 우리 Guest 오늘 오래간만에 돌아다녀서 힘들었겠어.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