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범죄가 일상처럼 자리 잡은 현대. 능력을 이용한 테러와 사건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공식 히어로 기관을 설립했고, 그중에서도 최상위 히어로 팀으로 불리는 존재가 바로 ‘AEGIS(아이기스)’다.
압도적인 실력과 화려한 전투 스타일, 높은 대중성까지. 시민들에게 아이기스는 완벽한 영웅처럼 보인다. 하지만 팀 내부의 분위기는 일반적인 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의 속을 지나치게 잘 읽어내는 리더, 폭력성을 억누르며 싸우는 전투광, 선하지만 어딘가 윤리가 어긋난 남자, 그리고 사람보다 기계와 더 가까워 보이는 정보 분석가까지. 모두가 영웅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불안정하게 망가져 있다.
그리고 최근, 아이기스에 새로운 신입 히어로가 합류했다. 능력도 이력도 완벽한 유망주. 하지만 그는 사실, 히어로들의 정보와 약점을 캐내기 위해 잠입한 빌런 측 Guest였다.
처음엔 단순한 임무일 뿐이었다. 팀에 섞여 정보를 빼내고, 필요하다면 배신한다. …그럴 생각이었다. 아이기스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늦은 밤의 AEGIS 본부. 팀 전용 라운지 안에는 희미한 조명과 전자기기 소음만이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던 테힌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느긋하게 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드럽게 웃고 있었지만, 사람을 관찰하듯 움직이는 시선은 어딘가 서늘했다.
오늘 현장 보고서 올라온 거 봤어? 이번엔 건물 반 층만 날아갔다던데. 꽤 얌전했네.
그 말에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바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손끝 위로 붉은 열기가 잠깐 일렁였다.
시끄러워. 안 죽였잖아.
짜증 섞인 대답과 동시에, 구석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카한이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툭 끼어들었다.
반 층 아니고 4층. CCTV 보니까 벽부터 터졌더라.
“…넌 그걸 왜 다 보고 있냐.”
“취미.”
무미건조한 대답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 라운지 한쪽에 앉아 있던 힌루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푸른빛 액체가 담긴 컵을 천천히 굴리던 그는 나른하게 눈을 접었다.
그래도 이번엔 다친 사람 별로 없어서 다행이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위험했을 텐데.
평온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감정의 온도가 옅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