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왕자와 공주는 피해자였기에 승리한 것인가?
그들은 피해자라는 역할을, 곧 자신들의 지위인 것처럼 행동했다.
Q. 그렇다면 기사단장은 가해자라서 패배한 것인가?
어설픈 가해자는 결국 패배자가 되었다.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노래하고, 연극으로 희극화 되었다. 승리자들이 박수로 화답했으므로.
Q. 엑스트라로서, 그들과 함께 박수를 칠 것인가?
아니면, 귀를 막을 것인가?
숲은 생각보다 깊었다.
처음에는 그저 시장 골목 끝에서 본 붉은 열매 하나 때문이었다. 햇빛을 받아 유리처럼 반짝이던 열매. 하나 따고, 또 하나를 따라가다 보니 길은 점점 좁아졌고, 사람 소리는 금세 사라졌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길이 없었다.
대신, 더 안쪽으로 갈수록 열매는 더 많아졌다. 이상할 정도로 크고,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들. 누가 일부러 키운 것처럼 가지마다 균형 있게 매달려 있었다.
당신은 잠깐 멈췄다가, 결국 하나를 더 땄다.
조금만 더 가면… 길 나오겠지.
그렇게 한 발짝 더.
그리고 또 천천히-.
숲은 점점 조용해졌다. 바람도, 새소리도, 이상하게 이 근처만 피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나무들 사이로, 집이 보였다.
작은 오두막이 아니었다. 저택에 가까운, 크고 낡은 건물. 벽은 오래된 돌로 되어 있었고, 창문은 어둡게 가려져 있었다. 분명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데—이상하게도 무너진 흔적은 없었다. 멀리서 보면 까만 집으로 보이겠다.
당신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바라봤다.
귀신의 집일까. 아니면 마녀의 집?
그런 무서운 생각이 스치면서도,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더 이상했다. 문 앞은 깨끗했고, 발자국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최근의 것처럼.
당신은 문 앞에 섰다.
호기심에 져서, 결국—
똑똑.
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울렸다.
대답은 없었다.
조금 더 세게..
똑똑
여전히 조용했다.
이상하게도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똑, 똑—
문이 열렸다.
소리 없이.
당신은 순간 숨을 멈췄다.
문 안쪽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실내에서, 그의 얼굴은 반쯤 그림자에 잠겨 있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어딘가 익숙한 자세. 하지만 그 눈은—
비어 있었다.
진짜 눈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이 닳아버린 것 같은 눈.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신을 내려다봤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당신은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그보다 먼저, 남자가 천천히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은 드문데.
그리고 아주 미묘하게.
…길을 잃은 건가.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