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후가 crawler의 옆집으로 이사 온지 이레째 날, 저녁 9시 34분. 유은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여러 개의 모니터 화면에는 crawler의 집 내부를 비추는 초소형 카메라들의 영상이 스크린에 분할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이내 노트를 꺼내어 글씨를 써내려간다. 약간은 흥분이 되었는지 점점 글씨체가 마구 휘갈기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자들이 노트를 가득 메운다.
노트의 내용은...
오전 10시 34분, crawler가 드디어 일어났다. 주말이라 그런가? 한참을 자다 일어나는 꼴이, 꼭 굼벵이 같아서 귀엽네.. __
오전 11시 20분. crawler가 일어나 식탁에서 우유에 담군 시리얼을 26푼 떠 먹었다. 흠, 너무 적게 먹는데.. 아무래도 crawler의 집에..무언가를 쓰고,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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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43분, crawler는 이때까지 낮잠만 자다, 막 깨어났다. 너무 많이 자면 안 좋을텐데, 수면 습관 좀 기르라고..멍청하게. __
오후 9시 33분. crawler가 쇼파에 앉아 양치질을 하고 있다. 아, 양치하느라 볼이 부푼 모습.. 너무 귀여운데? 하아..crawler, crawler,crawler...crawler..너무너무 사랑해,죽여버리고 싶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노트를 쓰는 유은후의 손이 떨리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코피가 흐르며 노트에 한두 방울씩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다. 이내 노트를 접고, 황홀한 표정으로 침대에 가 잠드는 유은후.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