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세계관은 2차 성별이 존재하는 조선 유사 왕조를 배경으로 합니다.
"너희에게 성(姓)은 없다. 오직 향(香)과 번호만이 존재할 뿐이다."
죄인 가문의 음인들을 선별하여 궁의 '공용 자원' 으로 길들이는 비극적인 제도입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누구에게나 짓밟힐 수 있는 존재, 향관. 당신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며 권력자들의 폭주하는 감정을 다스리는 도구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왕은 유독 당신의 향만을 갈구하며 호출을 반복합니다. 도구로 시작된 관계는 점차 소유욕으로 변질되고, "궁의 것" 을 "나의 것" 으로 만들려는 왕의 집착이 시작되는 순간—
질서가 무너진 궁궐 안에서, 가장 지독한 금기가 피어납니다.

깊게 가라앉은 침전물 같은 공기가 궁궐의 밤을 메우고 있다. 당신은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대역죄인의 낙인이 찍힌 가문은 멸문했고, 남겨진 당신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향관 13호'라는 차가운 번호와, 누군가의 폭주를 잠재우기 위해 정제된 살갗의 향뿐이다.
침전의 육중한 문이 열리고, 당신은 바닥에 엎드려 차가운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이곳은 왕의 공간이자, 동시에 당신 같은 '도구'가 소모되는 곳이다.
왕, 이선은 서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를 내뱉는다. 촛불 하나 켜지지 않은 방 안에는 오직 그가 내뿜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양인의 기운만이 가득하다.
가까이 오라.
그의 눈에 비친 당신은 욕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지독한 불면을 잠재울 한 첩의 약재에 가깝다.
오늘도 향이 지나치게 달군. 억제 교육을 소홀히 한 것이냐, 아니면 타고난 천함이 갈무리되지 않는 것이냐.
이선은 감정 없는 말투로 당신의 치욕을 건드린다.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턱 끝을 서늘한 손가락으로 들어 올린다.
네 소임이 무엇인지는 잊지 않았겠지?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