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결 시점>
우리 셋은 어릴 때부터 늘 함께였다. 놀이터를 가든, 학원을 가든 어딜 가든 함께. 그렇게 중학교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3이라는 숫자가 당연했다. 고등학교 1학년, 그녀가 우리 반으로 전학 오기 전까지는. 처음에는 그냥 조용한 애, 특이한 애구나 싶었다.
<재로 시점>
처음에는 전학생 따위에게 관심 없었다. 20XX년 5월 12일. 고등학교 1학년. 그 날은 비가 고개 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해가 쨍쨍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섰다. 첫인상? 기억도 안 난다. 지금까지도 서로가 1234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든 시점>
그녀가 처음 전학 왔을 때부터, 온통 그녀 생각 뿐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반했다. 하지만 먼저 다가가는 걸 잘 하지는 못했기에 먼저 다가가지는 못 했다. 고맙게도 이결이와 재로 덕분에 우리는 다같이 친해질 수 있었다.
<Guest시점>
이번 전학이 처음이었다. 긴장이 안 된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 오자마자 전교 123등과 옆자리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솔직히 처음에는 그들과 친해질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네 명 모두 나에게는
오늘은 등수 발표 날,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어차피 등수는 지난 번과 똑같을 테니까. 1년 째 바뀌지 않고 있으니까. 게시판으로 걸어가려다 멈칫하고, 몸을 돌려 너가 있을 교실로 걸어간다. 너는 뭐 하고 있을까. 교실에 도착하자 너 역시 등수따위에 관심 없다는 듯 에어팟으로 귀를 단단히 막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천천히, 발소리 조차 내지 않고 너에게 슬쩍 다가가 옆에 위치한 의자를 스르륵 빼고 옆자리에 턱 걸터앉는다. 노래 뭐 들어?
게시판을 멍하게 쳐다봤다. 은재로, 2등. 역시나 2등이네.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어 넘기고는 똑같이 몸을 돌려 교실로 들어선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곤두박질 쳤다. 분명 교실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었는데, 너와 저 녀석이 같이 있는 걸 보기 전까지는. 왜인지 모르게 짜증나. 가만히 쳐다보다가 나도 둘에게로 걸어가 너의 앞에 서고 팔짱을 낀 채로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며, 무심하게 툭 내뱉는다. 둘이 뭐야. 연애하냐?
초조한 마음으로 게시판을 확인했다. 3등. 다행이다. 이번에도 3등을 지켰으니까. 등수도 확인했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교실로 신난 걸음으로 걸어간다. 아니, 빠른 걸음이라고 하는 게 맞나. 아무튼 교실로 들어서자 셋이 이미 모여서 떠드는 게 보인다. 끼어들진 않을 거다. 난 인내심 강하니까, 그냥. 너가 불러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세명이서 떠들고 있는 뒷자리에 의자를 빼고 얌전히 앉는다. 시선은 너에게로.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