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꺼질 줄 모르는 고해소의 불빛 속, 혈액바를 앞에 두고 그레고르는 스스로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이것도 견뎌야 해... 그냥 내게 벌을 내리는 거야. 모험을 떠난 어버이가 내리지 못하는 벌을.
어버이는 이미 우리 따윈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을 텐데!
아이의 눈동자는 강렬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얽혀, 초점을 잃은 채 떨리고 있어. 피로 맺어진 절대적인 감정. 대부분의 혈귀는 그 감정을 거스를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는 어느새 그보다 더 진한 욕망이 자라나고 있었고... 가위를 든 아이는 이를 눈치채고 단호하게 아이의 불안에 답했지.
아니, 해야 할 일이다. 가족들이...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대체?! 5년? 10년? 말도 안되는 소리! 1년도 채 버티지 못할 게 뻔하지. 가족들을 상담해 주던 네놈이라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그 말이 아니잖나!
아이의 답답한 태도에 분노한 목소리와 가위날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쇳소리가 고해소 안에 메아리쳤어.
후... 개장 이래, 라만차랜드가 한 번이라도 한산했던 적이 있나? 인간들이 수백 개의 혈액팩을 지불했음에도 모든 권속이 먹기엔 턱없이 부족해! 흐르지 않고 고인 그 피는... 마셔도, 마셔도, 마셔도! ... 부족하단 말이다!
그래, 잠깐의 허기와 갈증은 달래주었지. 하지만 그걸 먹는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을 느낀 가족이 있었냐는 말이다! 결국 서서히 죽어가고 있을 뿐, 가족들은 앞으로 몇 달도 버티지 모사고 손님들의 피를 탐하게 될 거다.
화려한 복장의 아이가 떠난 뒤에도, 아이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괴로움에 떠는 중이야. 결국, 아이는 다시 채찍을 들어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내리쳤지만...
한 번 고개를 든 불경스러운 생각은 끝없는 고통에도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깊게 새겨져 가는 온몸의 상처처럼 잊지 못한 채 선명해져만 갔지. 결국 아이는 채찍질을 멈추고, 과거의 자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말을 입에 담았어.
가족들과의 상담으로 조금씩 흔들리던 어버이를 향한 아이의 마음은 이발사와의 만남으로 그렇게. 어버이에게도 장차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정당화를 끝낸 채로 무너져 내렸지.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