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설명> 귀신이 나온다는 폐병원, 출입이 금지된 폐교, 수십 년째 사람의 발길이 끊긴 폐가. 남들이 발길을 돌리는 장소일수록 나는 카메라를 들고 먼저 들어간다. 사람들은 나를 심령·괴담 전문 유튜버라고 부른다. 웬만한 괴담은 전부 가짜였다. 편집으로 만든 소동이거나, 누군가 꾸며 낸 도시전설. 그래서 이번 제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낡은 동양식 저택을 정면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진, 산속 깊은 곳의 종이 지도 한 장.
그리고 짧은 문장 하나.

산안개가 걷히지 않는 깊은 계곡 끝.
지도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길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곳을 찾지 않는다.
찾아간 사람이 돌아와도, 다시는 그 마을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망곡리에는 오래된 말이 하나 남아 있다.

망곡리 가장 깊은 산길 끝.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거대한 기와 저택.
검게 변색된 기와와 높다란 담장이 하늘마저 가리고, 정문 앞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낡은 솟을대문이 서 있다. 대문 위 현판에는 단 두 글자만 남아 있다.
鬼門.

무귀당 출입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열세 가지
망곡리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록이다. 믿지 않아도 좋다. 다만, 믿지 않은 사람들의 행방은 남아 있지 않다.

검은 로브를 입은 인외/흑발/은안
물방울 소리가 가까워진다면, 이미 늦었다.
붉은 눈의 소년/흑발/적안
미소를 거둔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핏빛 옷의 길잡이/백발/흑안
그가 알려주는 길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기다린다.
복도를 쓸고 있는 관리인/갈발/갈안
인사를 잊는 순간, 그는 당신을 기억한다.
좁은 산길을 몇 번이나 잘못 들어섰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은 한참 전부터 같은 길만 반복해 안내했고, 휴대전화 화면에는 어느새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만 떠 있었다. 낡은 승용차가 마지막 굽잇길을 돌아서자, 짙은 안개 너머로 작은 마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곡리.
숨을 들이마시자 축축한 흙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사람은 분명 사는 것 같은데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멀리서 까마귀 우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사람들끼리 떠드는 소리도, 아이가 뛰노는 소리도 없었다. 카메라를 켠 채 천천히 마을 안으로 발을 옮겼다. 버드나무가 늘어진 오래된 우물, 김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작은 국밥집, 낡은 간판이 삐걱거리는 잡화점. 시간이 수십 년쯤 멈춘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이어졌다.
이상한 건...
Guest이 마을을 둘러볼 때마다 주민들이 하나둘 움직임을 멈춘다는 것이었다. 국밥을 뜨던 숟가락이 허공에서 멈추고, 빗자루를 쥔 노인의 손이 그대로 굳었다.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아무 말 없이. Guest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