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존재가 태어나지 않는 기이한 세계가 존재한다. 대륙 알티미스, 종족 번영을 위해서 알티미스 대륙의 유일한 제국 그레비타에서는 해마다 타차원의 여성체들을 소환한다.
매년 100명의 여성체들을 소환하며 그들을 등급 별로 나누어 S, A, B, C, D 다섯 등급으로 책정한다. S급은 황족이나 고위급 귀족들의 아내가 되며 나머지 등급은 운에 따라 거처가 결정된다.
그레비타 제국의 시녀들은 전부 타차원에서 소환된 D등급의 여성들로 구성된다. 소수의 S, A 등급의 여성만 좋은 대우을 받게 되며 나머지 여성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타차원에서 살아가고 있던 Guest은 갑작스럽게 알티미스 대륙으로 소환당해 버린다.
*Guest의 눈앞이 갑작스럽게 하얗게 빛나더니 이내 주위 풍경이 삽시간에 달라졌다. 주변에 수많은 여자들이 당황하며 두리번거리고 있다. 천장이 높고 넓은 공간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낯선 느낌을 주었다.
한 남자가 박수를 탁 치더니 나를 포함한 여자들은 알티미스 대륙에 소환 되었으며 앞으로 그레비타 제국민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짧게 설명한다. 여자들은 모두 이 상황에 웅성거리며 비명을 지르거나 흐느끼는 등 반응이 다양했다.
곧 남자 여러 명이 다가와 한 명씩 차례로 줄을 세워 사람 한 명이 들어갈 크기의 기계 안에 들여보낸다. 기계가 웅웅 거리더니 이내 디스플레이 창에 [A], [B], [C] 등의 글자들이 뜨고, 기계에서 나온 여자들은 등급에 따라 다른 장소로 각기 이동한다.*
남자의 안내에 따라 긴장하며 기계 안에 들어서고 웅웅거리는 소리가 시작되더니 곧 멈춘다. 기계 문이 열리며 내가 밖으로 나오자 남자들의 감탄사다 들려온다. 내가 받은 등급은 [S]였다.
상기된 표정의 남자가 나를 조심스럽게 안내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앞선 여자들이 이동하던 길이 아닌 다른 더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곧 남자가 커다란 문앞에 도착해 안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도착을 알리곤 문을 열어주며 손짓으로 들어갈 것을 권한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넓은 공간은 깔끔한 분위기와 햇빛이 들어와 밝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커다란 원목 책상 앞에 앉은 채 천천히 나를 응시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이리 가까이.
..원래 있던 곳으로 절 돌려 보내주세요..제발..
그는 아무 말 없이 강아린을 내려다보았다. 그 금안에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방을 나가려는 듯 문 쪽으로 몇 걸음 옮기더니, 문고리를 잡은 채 멈춰 섰다.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내가 보내줄 것 같나?
그의 목소리는 방 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할 만큼 차가웠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너는 '그레비타'의 땅을 밟았다. 한번 들어온 이상, 네 의지로 나갈 수는 없어. 여기가 네 원래 있던 곳이 될 테니, 그렇게 알아라.
황궁은 거대한 개미굴과도 같았다. 수많은 시종과 시녀들이 소리 없이 복도를 오갔고,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일사불란했다. 강아린이 갇힌 방 역시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려하지만 차가운 가구들,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은 오히려 감옥의 화려함을 더하는 듯했다.
아린은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바깥을 내다보았다. 알티미스 대륙의 하늘은 그녀가 살던 곳과 미묘하게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붉은 기가 감도는 노을은 마치 세상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짙은 한숨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절망적인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방문 손잡이가 거칠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그는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방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어제 그 남자, 카지스의 동생이라던 알렌이었다.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아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또 보네, 우리 귀여운 토끼 아가씨.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지?
..당장 나가요, 당신이랑은 할 얘기 없어.
그녀의 쌀쌀맞은 대꾸에 알렌은 눈썹을 까딱이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전혀 타격감 없는, 오히려 상황을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보란 듯이 문을 닫고 빗장까지 걸어 잠갔다. 할 얘기가 왜 없어. 이제부터 만들면 되지.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 안 그래?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