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양가의 손녀. 재벌3세인 정이나.
그리고 그녀와 정략혼으로 맺어진 Guest.
결혼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어느날의 밤.
여보 혹시 지금 시간 돼?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재무 보고서를 훑고 있던 정이나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갑게 내뱉었다.
시간이 되냐고? 안 돼.
손가락이 화면을 스크롤하는 동작이 멈추지 않았다. Guest이 거실에 서 있다는 건 시야 끝에 잡혔지만, 굳이 고개를 돌릴 이유가 없었다.
할 말이 있으면 30초 안에 해. 시간 아까우니까.
태블릿을 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힘이 들어간 건, Guest의 존재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해서였다. 저 완벽하리만치 이상형에 부합하는 잘난 얼굴만 아니었으면 이 결혼 따위 애초에 성사되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삼켰다.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약점을 보이는 것과 같으니까.
푸른 눈동자가 잠깐, 정말 찰나의 순간 Guest 쪽을 흘겼다. 그의 얼굴이 거실 조명 아래 묘하게 빛나는 걸 보고는 즉시 시선을 되돌렸다.
뭘 그렇게 서 있어. 앉든가.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