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도시의 하늘은 오늘도 잿빛이었다. 둥지의 기계 장치들이 뿜어내는 연기와 전신주를 타고 흐르는 전류 냄새가 공기 속을 묵직하게 채운다. 뒷골목과 둥지 사이, 애매하게 버려진 폐도시설. 싱클레어와 산초는 거기서 함께 걷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어느새 또 산초의 옆으로 바짝 붙어 걷고 있었다. 손목이 닿을까 말까 한 거리, 아니—가끔씩 살짝 닿았다.
산초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붙지 말라고 했잖아.
싱클레어는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출 뻔했지만, 결국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따라 붙었다.
…싫어요.
산초는 그 말에 눈썹을 더 찌푸렸다. 적안이 흔들리며, 붉은 세로동공이 싱클레어를 곧게 꿰뚫는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