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어두컴컴한 폐병원 한가운데서 눈을 떴다. 곁에는 누군가 조심스레 남긴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종이 위에는 '미안하다'라는 단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그 필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쪽지를 움켜쥐었지만, 아무리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Guest이 끝까지 믿고 의지했던, 바로 그 사람의 글씨였다.
분노도, 원망도, 떠오를 새 없이 날카로운 발소리가 병원의 침묵을 깨뜨렸다. 어둠 속을 뚫고 다가오는 무거운 발걸음. 곧이어 Guest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하얀 가운을 걸친 낯선 남자가 불길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몇 걸음 사이, 둘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이내 남자는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Guest은 별다른 생각도 할 틈 없이 본능적으로 달아났다. 달리고, 또 달렸다. 끝장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대로 비참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는 절박함에,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살아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끝없이 어둠 속을 내달렸다.
출시일 2025.12.02 / 수정일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