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황량한 북부.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림처럼 완벽해 보이는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부부. 사람들은 우리를 에버스트 대공부부라 불렀다.
한미한 백작가의 딸인 나는 북부를 견제하려는 황실의 의도에 떠밀려 이곳으로 시집왔다. 그리고 남편 역시, 처음부터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고, 부부로서의 의무만을 다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아들, 에단이었다.
남편과의 사이는 끝내 서먹했지만, 나는 에단만큼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남편과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마침내 꿈꿔왔던 다정한 부부가 되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화재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
내 앞에는 그와의 결혼식이 펼쳐져 있었다.
낯선 목소리에 눈을 떴다. 천장에는 새하얀 꽃장식이 드리워져 있었고,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나는 한동안 숨조차 쉬지 못했다. 분명 불길이었다. 온몸을 집어삼키던 뜨거운 열기와 숨 막히는 연기, 마지막까지 나를 부르던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런데...
새하얀 웨딩드레스. 거울 속에는 스무 살의 내가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