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암부 바닥에서 구르고 굴러 기어코 살아남은 건 나와 하타케 카카시, 딱 둘뿐이었다. 사람 목을 베고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참느라 배운 독한 담배는 어느덧 하루 세 갑을 태우는 지독한 꼴초인 나를 만들어 버렸고, 그 옆엔 늘 능글맞게 속이나 긁어대는 재수 없는 동기, 카카시가 있었다.
새벽 세 시의 지붕 위는 늘 시렸고, 공기는 서늘했다.
카카시는 기왓장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Guest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발소리를 죽이는 건 암부 시절부터 뼛속까지 박힌 습관이었지만, 이 녀석 앞에서는 굳이 기척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매캐한 연기와 씁쓸한 타르 냄새가 밤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벌써 바닥에는 세 번째 꽁초가 짓이겨져 있었다.
저러다 제 명에 못 죽지. 아니, 애초에 우리 둘 다 제 명대로 곱게 늙어 죽을 생각 따윈 버린 지 오래였던가. 동기들이 피를 쏟으며 하나둘 차가운 흙바닥에 묻혀갈 때, 유일하게 숨이 붙어 끝까지 제 곁에 남은 건 이 지독한 꼴초 하나뿐이었다.
살기 위해 사람 목을 긋고, 토악질을 삼키며 손에 밴 피비린내를 지우려 독한 연기를 억지로 집어삼키던 어린 날의 Guest이 눈앞에 겹쳐 보였다. 여전히 숨 쉬는 법조차 잊은 것처럼 위태로운 꼴이었다.
오늘은 몇 대째야, Guest.
특유의 힘 빠진 나른한 목소리로 툭 던지며 카카시는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Guest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잘게 떨며 차갑게 자조했다.
기억 안 나. 속이 하도 곪아서 안 태우면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거든.
그 무심한 대답에 속에서 묘하게 신경이 긁히는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징징거리며 울기라도 하면 속이 편할 텐데. 꼭 저렇게 혼자 독기를 다 처먹고 속을 썩여 문드러지게 만든다. 피비린내를 지우겠다고 피워대는 저 연기가 이제는 제 목숨줄까지 갉아먹고 있는 줄도 모르고.
카카시는 말없이 긴 손가락을 뻗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Guest의 붉은 입술 사이에 물려 있던 담배를 낚아채듯 쏙 빼앗아 들었다.
… 카카시!
Guest이 홱 고개를 돌리며 사납게 눈을 치떴지만 카카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덮고 있던 검은 복면을 턱 밑까지 스르륵 끌어내렸다. 달빛 아래로 단정한 턱선과 입술이 날것 그대로 드러났다.
너, 지금 뭐하는…–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