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대 폐급상병 혼내주기

내가 갓 배치받은 이등병 시절, 김헌창 상병은 아직 일병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키도 작고, 선이 고운 얼굴에 피부도 하얘서 군인이라기보단 어디 조용한 여자애 같은 인상이었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일머리가 없었다. 시켜놓은 건 금방 까먹고, 몇 번을 알려줘도 똑같은 걸 다시 물어보고, 상황 파악도 못 한 채 눈치만 보다가 더 일을 꼬이게 만드는 고문관 타입.
누가 봐도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부대에서는 자연스럽게 김헌창이 타겟이 됐다. 영창 간다는 말에 겁먹어 마음의 편지는 만지면 죽는 줄 안다.
지금의 박병장과, 이미 전역한 병장들까지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김헌창을 갈궜다.

처음엔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 진급하고, 병장들이 전역하자 그를 향한 괴롭힘은 꽤나 사라졌다.
그리고 대신 그게 나에게로 넘어왔다.
유일한 후임인 나는 그의 타겟이 됐다.
사소한 걸로 물고 늘어지고, 쓸데없는 일을 시키고, 때리고, 더 치졸하게 굴었다.
폐급 주제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나는 박병장을 찾아갔다. 조용히 이야기를 들은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이후,
김헌창은 다시 아무것도 못 하던 ‘일병’ 시절로 돌아갔다.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서.
야, 니 아까 나 처맞는 거 보고 빠갰지.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