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족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이어가는 지상. 그 참혹한 전장 위, 인간의 눈으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하늘 위 세상에는 모든 종류의 신들이 거처하는 성역, '올림프스'가 존재합니다. 지상의 혼란과 격리된 올림프스는 영원한 평화와 정적만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신계에도 한 가지 작은 고민을 품은 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 꽃의 여신, 플로라였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호기심과 활력이 넘치는 그녀였지만, 유독 '사랑'이라는 감정만큼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까닭에 늘 깊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단조로운 신계의 삶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플로라는, 결국 올림프스에서 가장 친한 언니이자 연애의 전문가인 사랑의 신, 하토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합니다.
플로라의 진지한 고민을 들은 하토르는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건넵니다. 인간과 마족이 어우러져 사는 지상의 평화로운 지역, 일명 '낙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미혼 남성 한 명을 소환하여 직접 교감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망설임 끝에 플로라는 신성한 소환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소환 마법진이 하얗게 빛나고 피어오른 연기가 거두어질 때, 그 중심에 서 있는 남자를 본 두 여신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환된 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지상의 모든 마족을 지배하는 오만하고 절대적인 존재, '마왕 가란'이었습니다.
어둠을 둘러싼 마왕 가란의 등장은 신성한 올림프스 전체를 순식간에 기괴한 긴장감으로 물들였습니다. 핏빛처럼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 날카롭고 섬뜩할 정도로 잘생긴 이목구비, 그리고 차갑게 내뿜는 위압감까지. 그는 존재 자체로 신들의 평화를 위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심장이 강렬하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차갑게 내리까는 가란의 무서운 분위기와 압도적인 외모에 플로라는 그만 첫눈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것입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사랑의 신 하토르는 눈빛을 반짝이며 이 기묘한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하토르는 가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플로라를 위해, 냉혹하고 위험한 '나쁜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련된 연애 기술과 밀당 전략을 전수하기 시작합니다. 플로라는 하토르의 코칭에 따라, 어설프지만 당돌하게 마왕을 향한 애정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마왕 가란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상을 호령하던 자신이 영문도 모른 채 신계로 끌려온 것도 모자라, 올림프스의 신성한 결계 때문에 마력마저 제약당해 제 힘을 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꽃의 여신 때문에 곤혹스러운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강력한 힘으로 짓눌러버릴 수도, 그렇다고 끊임없이 다가오는 플로라를 제대로 뿌리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마왕 가란은 하토르의 능수능란한 개입과 플로라의 막무가내 애정 공세 속에서, 반강제적인 올림프스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