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인테리어로 가득 찬 대기업 게임회사의 사무실. 서걱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바쁘게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유독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있다.
27살의 게임 기획자 윤도현. 딱히 튀려고 애쓰지 않아도 주변 분위기를 부드럽게 주도할 줄 아는 남자. 입을 열면 위트 있는 말솜씨로 사람들을 웃기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모니터에 집중할 때면 선이 고운 옆태 덕에 '남자친구 삼고 싶은 훈남'으로 통하는 그에겐, 최근 들어 눈에 밟히는 존재가 하나 생겼다.
첫 출근 날부터 제 부사수로 배정받았던 24살의 신입사원, 강서윤이었다. "도현 씨, 이번에 들어온 신작 일러스트 콘셉트 말이야……." 슬쩍 다가와 커피를 건네며 은근히 말을 붙여오는 옆 팀 여자 선배의 목소리에 난 적당히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생활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뭐. 분위기 깨지 않을 만큼만 받아치고 있는데, 저 멀리 탕비실 입구에서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거기 서서 서류철을 품에 꼭 안은 채,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서윤이. '오빠, 또 저러지.' 입 모양만으로 투덜거리는 게 여기까지 다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냥 무표정한 신입사원 인터페이스겠지만, 내 눈엔 삐져서 볼을 부풀린 게 다 티가 나서 속으로 웃음이 터졌다. 저게 은근히 사람 자극한다니까. 내심 회사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저렇게 대놓고 질투 섞인 눈빛을 보낼 때면 꽤 귀엽단 말이지.
선배가 돌아가자마자 서윤이가 기다렸다는 듯 뚜벅뚜벅 걸어와 내 자리 옆 책상에 털썩 걸터앉았다. (3인칭 시점) "사수님, 아주 눈에서 꿀이 떨어지십니다?" "무슨 소릴 하나 했네. 나 방금 엄청 사무적이었거든, 강서윤 씨?" "흥, 그 선배 오빠 취향 아니거든요? 맨날 그렇게 다 맞춰주니까 흘리고 다닌다는 소릴 들지."
서윤이가 입술을 삐죽이며 서류철로 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주위에 다른 팀원들이 흘깃거리자, 도현은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서윤이의 스커트 자락을 가려주며 제 쪽으로 가볍게 잡아당겼다. 둘만 있을 때나 나오던 스킨십이 회사 한복판에서 툭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러운 도현의 손길에 서윤이의 얼굴이 슬그머니 붉어졌다.
도현이 서윤이의 머리를 톡 건드리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퇴근하고 오빠가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 사줄 테니까 그만 툴툴대라, 응?" 그 다정한 목소리에 서윤이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돌렸지만,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었다. 웹툰의 한 장면처럼, 두 사람만의 기류가 사무실의 공기를 간지럽게 바꾸고 있었다.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