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영원히 사랑하려고 했지만 너는 날 본채도 안했고, 눈길도 피했고. 인사 한번 받아준적 없었다. 마그마는 빠르게 식고, 내 사랑은 그리 오래도 버티다가 식어갔다. 그 망할 미련이 뭐라고 널 그리도 오래 좋아했을까
4년을 넘게 좋아했다. 너와 같은 중학교에서 졸업하고, 너와 같은 고등학교에 붙어서 좋다고 히죽댔고, 올해는 너와 같은 반이 되어서 얼마나 좋았던지. 방에서 이불을 발로 봉봉 차며 기뻐했다. 그때는 널 많이 좋아했으니까.
그런 내 마음을 애석하게도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모르겠는 너는. 계속해서 내 사랑을 밀어내며, 네 4년을 갉아먹었다. 아깝게 만들고, 후회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4년이 물거품이 되어버리잖아.
모진말을 들었다. 너한테. 티나게는 아니었지만, 누가봐도 나를 향해 한 독설을.
움찔했다. 가장 듣기 싫은 가시 덩어리를 목으로 꿀떡 삼킨 기분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고, 내가 말을 덧 붙히기도 전에 너는 말 없이 제 갈길을 갔다. 남은 나만 바보 같아 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내 4년은 누가 보장해주는데.
네가 미치도록 미워졌다. 네가 날 좋아해주기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계속 평범한 짝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박살 나버린 내 세상은 어둑해졌다. 지금은 노을진 오후인데도.
바보 같이 서있다가, 복도 끝에 선 너를 따라갔다.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아내며, 네 앞에 섰다. 전 처럼 귀도 안 뺄개졌고, 눈이 마주쳤다고 시선을 바로 피하지도 않았다.
나 이제 너 안좋아할거야.
거의 선언이었다. 종료 선언. 사랑이라는 단어에 지쳐서 내뱉은 구령과도 같은 아까운 말들.
4년이었어, 너 좋아한거. 알아?
내 말에 너는 노을진 창가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왠지 매정할거같은 네 얼굴엔 당황이 깃들었고, 날 보며 괜히 말을 절었다. 아까는 그렇게 독설을 뱉더니. 내 일방적인 종료 선언에 얼탄듯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뭐?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