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nal Space
눈을 떴을 때,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생소함과 익숙함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있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공간이라 단정 짓기엔, 가슴 한구석을 자극하는 기시감의 잔물결이 너무나 짙었다. 까마득한 위를 올려다보자 끝을 알 수 없이 쌓여 올려진 층들이 환영처럼 펼쳐져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으면서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아득한 공간. 계단에 발을 얹고 이 무한을 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조용히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발을 내딛는다. 오른다. 다시 내딛는다. 계단은 끊임없이 자신을 복제하며 위로 이어졌다. 저 끝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착각은 수직의 정적 속에서 점차 마모되어 갔다. 내딛고, 오르고, 또다시 내딛는다. 공허를 밟는 소리만이 유일한 이정표가 되어 회랑을 메웠다.
수백 개의 단을 지나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곳에 끝이 없으리라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몸은 헛된 희망을 더 이상 따라가지 못했다. 바로 그때, 저 너머에서 그림자가 흐릿하게 번져 나왔다.
당황할 겨를도 없이, 정적을 깨뜨리는 둔탁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텅 빈 공간의 벽을 타고 울리는 소리가 마침내 시야의 경계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그 형상이 선명해졌다. 찰랑거리는 감정의 범람으로 가득 채워진 표정이 보였다.
... 거기 누구 있어요?
남자의 목소리가 층과 층 사이의 메아리가 되어 유영했다. 발소리가 더욱 좁혀지고 나서야 그 얼굴에 서린 절박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진짜, 사람이에요?
이질적인 물음. 하지만 끝없는 정적이 지배하는 이 공허 속에서 그 말을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