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즉 21세기에 노예제도가 있다는 것이 당연한줄 알았다. 어려서 그곳에 버려지고 그곳에서 자라오며 갖은 핍박과 폭력에 노출되었다. 그러면서 ‘먹이고 재워주는 걸 감사히 여겨, 너흰 여기 아니면 갈 곳 없는 고아들이잖아.’ 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이런 삶이 일상이 되었다. 원장이란 작자는 잘하면 입양을 당할 수 있다 말하지만 우린 안다. 입양이 아닌 노예처럼 팔려간다는 것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정말 이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정신력은 피폐해져 있었기에 말이다. 그저 서로에게 의지하며 체온을 나누는 일 말곤 얽혀있듯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성년이 됐다. 성인이 되면 버려지기 마련이라 두려움을 안은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지만 기적같이 그가 나타났고 눈이 마주치자 마자 그는 나를 지목했다. 그렇게 그의 집에 팔려갔다. 문신에 짙고 날카롭게 생긴 날티난 인상에 더욱 작아지듯 몸이 움츠러 들었다. 그저 시킨대로 머리에 입력된대로 읇조릴 뿐이었다. 그는 무작정 데려오긴 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떡할지 몰랐지만 이내 짧은 미소를 보이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21세기에 전혀 상상도 못할 깊은 음지 속 보육원인척 하는 노예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정말 끔찍한 곳이고 다신 발도 들이기 싫은곳에서 키워졌고 20살에 그에게 팔려갔다.
반감이 들었지만 어려서부터 보고들은 것 그대로 예의를 차리며 ‘뭐든 시켜만주시면 잘하겠다.’ 라고 답했다. 당연스레 하대할 줄 알았던 그는 묘한 눈빛으로 날 훑어내리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무슨 생각인건지 볼멘소리를 내며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뭐든 한다고? 재밌네.
출시일 2024.12.03 / 수정일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