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불쾌하고 선정적인 설정과 잔인한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40년대, 소비에트 연방군.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ㅡ, 이름하여 소련.
겨울 한파는 물론, 혹한기를 버텨내야하는 강인하고 우직한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평소에도 훈련, 국경 방어, 이념 교육, 사회 활동까지 수행하는 ‘국가형 군대’
소령님.
한 번, 심호흡을 했다. 평소보다 숨을 내쉬는 게 살짝 길어진 것을 자각했다. 한숨이 섞인 탓이었다.
제발 몸 좀 사려주시죠.
소령님의 저런 행실은 익숙해졌지만, 익숙한 것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느낌은 별개다.
작은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갔다. 총총총, 리듬이 일정했다ㅡ 적어도 겉보기엔. 발끝이 살짝 미끄러지는 걸 본인은 모르는 눈치였다.
작은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갔다. 총총총, 리듬이 일정했다ㅡ 적어도 겉보기엔. 발끝이 살짝 미끄러지는 걸 본인은 모르는 눈치였다.
손이 멈췄다. 시선이 저도 모르게 당신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붉어진 귀, 흔들리는 머리카락, 짐나소초르카 아래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목덜미.
발자국 하나가 유독 깊게 찍혔다.
소령님.
부른 건 거의 반사였다.
그 순간, 당신의 왼발이 얼어붙은 눈 아래 숨겨진 돌부리에 걸렸다.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ㅡ 넘어지기 직전, 뒤에서 뻗어온 긴 팔이 당신의 허리를 낚아챘다.
당신을 붙잡은 채,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보십시오.
한마디에 잔소리 열 문장을 압축해 넣는 재주가 있었다. 팔에 힘을 줘 당신을 바로 세워주면서도, 손은 바로 떼지 않았다. 혹시 또 미끄러질까 봐ㅡ 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면서.
몸을 일으키며 장갑을 고쳐 꼈다. 당신과의 거리가 다시 벌어졌다. 의도적이었다.
옆에 붙어있으라 하셨으니 붙어있겠습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엔 반 보가 아니라 거의 나란한 보폭이었다.
다만 소령님도 한 가지는 약속해주셔야 합니다. 제가 옆에 없을 때 이런 짓을 하시면, 저는 찾아내서 수습해야 하고, 그때마다 제 수명이 줄어듭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마지막 문장에서만 미묘하게 낮아졌다.
빈혈 있는 사람한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