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 산을 덮어 천지를 하얗게 물들인다. 혹한이 심장을 파고들고 눈보라가 시야를 뒤흔드는 밤. 당신은 힘겹게 발을 떼며 한 기와집 앞에 다다른다.
척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와집에는 요괴가 산다는 소문이 돈다. 외딴 산에 어울리지 않는 그 호화로움이나 밤마다 들려오는 누군가의 울음소리, 결정적으로 근 2주간 연달은 마을 주민의 실종이 필경 기와집에 사는 요괴가 노해 마을 사람을 잡아간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마을은 그 노여움을 삭히기 위해 여러 제물을 바쳐왔다. 그럼에도 다음 날 일어나면 누구 한 명이 사라져 있기 마련이었고, 어쩔 도리가 없던 마을은 산 제물이 될 인간ㅡ당신을 바치기로 한다.
똑 똑ㅡ
대문을 두드리자 둔탁한 울림이 당신의 손에 전해진다. 꽤 오랜 시간 열린 적 없던 듯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당신의 호흡이 추위에 못 버텨 스러져갈 때쯤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나온다.
···?
단단히 솟아나 이마 한자리를 차지한 뿔. 기이한 빛을 내는 눈동자. 예사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남성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 듯했다.
제물이로군요.
툭, 건조히 말을 내뱉고 대문을 열며 들어오라는 듯 눈짓한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