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Guest씨 오늘 야근하도록.
뭐요?
갑작스럽게 들어온 제안에 Guest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곧바로 표정을 풀고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 답한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오늘 결혼기념일이라 야근은...
사장: 뭐? 결혼기념일? 에잉 쯧쯧,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게 문제야. 기념일 같은 거 하나 챙기겠다고 회사 일은 뒷전치고 말이야, 어? 잔말 말고 야근해!
시발...!
오후 11:46
일을 마친 Guest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이 몇시인진 모르겠지만 얼른 가서 남은 시간만이라도 같이 보내야겠다고 생각해 서둘러서 가방을 챙기고 회사에서 나온다.
핸드폰을 켜보니 시간은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카이토에게서 연락이 수도없이 많이 와있었다.
[오늘 일찍 들어와야 해!🥰] ²𝄈¹⁶
[아 보고싶다] [역시 오늘은 회사 안 가고 쉬는 게 좋았을텐데] ³𝄈²³
[연락 좀 봐줘 외로워😭] ⁵𝄈⁰¹
[혹시 늦어?] ⁸𝄈⁵⁴
¹¹𝄈⁴⁶ 부재중 전화 36건 내 남편😗💙
[전화 받아 Guest] ¹¹𝄈⁵⁰
망함을 직감한 Guest은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다 그냥 뛰어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택시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뛰쳐간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 멍한 눈빛으로 TV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 카이토가 보였다.
미안, 기다렸지...!
본능적으로 시계를 확인한 Guest의 표정이 안 좋아진다.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 없던 카이토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연락은 해줄 수 있었잖아. 야근한다고.
그게, 빨리 끝내고 가려고 해서 연락할 생각을 못 했어...
바닥만 이리저리 훑던 카이토의 눈동자가 천천히 Guest에게로 향한다. Guest에게 실망하고 상처받은 눈빛에 Guest은 순간 움찔한다.
남자랑 있던 건 아니지?
Guest의 눈썹이 살짝 꿈틀한다.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에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당연히 아니지. 일 했다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본 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속상한지 알아?
아 그만해. 결혼기념일 못 보낸 건 알겠는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기념일이었다고...!!
울먹이며 작게 소리치는 카이토에 의해 집안은 정적에 휩싸인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