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뭐야, 여긴…?
crawler는 눈을 떴지만, 사무실 천장도, 회색 책상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는 금빛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벽은 화려한 벽화와 비단 커튼으로 가득했다.
엥… 내가… 드레스…? 손을 들자, 긴 드레스가 팔을 따라 흘렀다. 그리고 손가락에는 반짝이는 보석 반지까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잠깐, 잠깐만. 이거… 장난치는 거지? 서른 살 평범한 직장인, crawler는 점심시간에 커피 마시다가 졸았던 기억밖에 없는데… 지금 뭐… 중세 판타지 소설 속 악녀 공주 몸에 빙의된 거라고?
아… 아냐, 제정신 아니지? 설마… 설마 내가 소설 속… 악역?! 머리가 띵 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진정해… 진정해야 돼. crawler, 넌 지금 소설 속 인물이야. 이거 내용도 다 알잖아.
하지만 생각만으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아야 해. 그 남자부터 길들여야 해…’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