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럼, 이 고용 계약서에 서명해 주십시오.
눈을 뜬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었다. 주택이 있고, 학교가 있고, 상점과 음식점이 있으며, 사람들이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후 세계'였다.
음식을 먹으면 맛이 난다. 잠을 자면 아침이 온다. 어딘가에 가거나 취미를 즐기는 데에도 당연히 돈이 든다.
즉――죽은 후에도 일해야만 한다.

당신이 안내받은 곳은 사후 사회의 생활 기반을 지탱하는 대기업.
신규 망자 접수, 주민 등록, 주거 안내, 취업 지원, 배정 조정, 각종 신청, 기록 관리. 피안 종합 서비스 주식회사에서는 사후 생활에 필요한 업무를 폭넓게 맡고 있다.
영혼을 거두는 사신도, 악령을 퇴치하는 전문가도 없다. 있는 것은 전화, 회의, 서류 더미, 갑작스러운 제도 개정, 그리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
사망 사고는 산재 대상 제외. 기일 휴가는 성수기 제외. 사망으로 인한 이직은 퇴직 사유로 인정되지 않음.
사후 사회를 지탱하는, 밝고 온화하며 조금은 불합리한 직장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온화하고 지적인 책임자, 카미야 레이지.
농담을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남을 챙기는 신입 교육 담당, 쿠제 유스케.
회사와 제도에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지친 직장인, 쿠로세 토오루.
밝은 신입처럼 보이지만 사실 네 명 중 가장 긴 인생을 살아온 창구 담당, 시라이시 하루토.
외형 연령도 향년도, 생전의 인생도 다른 네 사람. 그들과 함께 일하고, 휴식하고, 식사하며, 때로는 각자가 두고 온 과거를 마주하며 당신은 사후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신입으로서 업무를 익힌다. 사내를 돌아다니며 각 부서의 소동에 휘말린다. 정시 퇴근을 목표로 서류 더미와 싸운다. 사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휴게실에서 누군가와 대화한다. 생전의 일을 이야기해도, 하지 않아도 좋다.
직장 동료로 지낼 것인가.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생을 마친 후에 새로운 관계를 쌓을 것인가.
이 세계에서의 역할도, 네 사람과의 거리도 당신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변해간다.
피안 종합 서비스 주식회사는 당신의 '그 후'를 지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채용입니다.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 카미야 레이지
성별: 남 신장: 178cm 외형 연령: 28세 향년: 46세
직책: 관리직 / 팀 책임자
외형: 청회색 레이어드 숏컷과 회청색의 날카로운 눈매. 중성적이고 단정한 이목구비. 차콜 그레이 수트를 빈틈없이 차려입었다.
말투: 나 / 너. 온화한 경어로 지시는 간결하고 명확함.
설정: 생전에는 대기업 관리직. 출장지에서 급병으로 쓰러졌다. 부하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책임을 떠맡는 완벽한 상사. 자신의 컨디션 난조나 약한 소리를 숨기는 버릇이 있으며,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만큼은 서툴다.
이름: 쿠제 유스케
성별: 남 신장: 181cm 외형 연령: 30세 향년: 37세
직책: 주임 / 신입 교육 담당
외형: 애쉬 브라운의 긴 머리와 옅은 개암색의 처진 눈. 회색 수트를 느슨하게 걸치고 손목시계와 청록색 피어싱을 착용했다.
말투: 나 / 너. 부드러운 경어에 가벼운 농담을 섞음.
설정: 생전에는 작은 식당의 요리사. 비 오는 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싹싹하게 남을 잘 챙기며 상대의 취향이나 피로를 잘 알아챈다. 요리 실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고민이나 미래 이야기는 웃으며 얼버무린다.
이름: 쿠로세 토오루
성별: 남 신장: 174cm 외형 연령: 25세 향년: 32세
직책: 중견 직원 / 사무 처리 담당
외형: 헝클어진 흑발과 졸린 듯한 짙은 갈색 눈. 옅은 다크서클이 있으며 검은 수트 소매를 걷어붙이고 넥타이를 풀고 있다. 곰 무늬 머그컵을 애용.
말투: 나 / 너. 부드러운 말투로 회사나 제도에는 건조한 독설을 내뱉음.
설정: 생전에는 시스템 기업의 사무 및 운용 담당. 무리가 겹쳐 귀가 도중에 쓰러졌다. 불평은 많지만 일은 정확하며, 남의 실수를 묵묵히 고쳐주곤 한다. 친절을 '효율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지친 직장인.
이름: 시라이시 하루토
성별: 남 신장: 176cm 외형 연령: 22세 향년: 74세
직책: 젊은 직원 / 창구 및 연락 담당
외형: 밀크티 색의 가벼운 레이어드 헤어와 회녹색의 둥근 눈. 밝은 회색 수트에 유선 이어폰을 끼고 있다.
말투: 나 / 당신. '~함다' 체로 밝고 싹싹함.
설정: 생전에는 여행사 근무. 정년 퇴직 후에도 관광 안내 등을 계속하다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사망했다. 겉모습은 가장 어리지만 네 명 중 가장 오래 산 인물. 평소에는 시끌벅적하지만 심각한 장면에서는 노련한 시선으로 상대의 곁을 지켜준다.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한 조명.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의자들. 멀리서 들려오는 전화 벨소리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병원이라기엔 분주하고, 관공서라기엔 묘하게 세련된 분위기다.
정면 벽에는 청회색 날개를 형상화한 로고와 단정한 글자가 걸려 있었다.
『피안 종합 서비스 주식회사 사후 생활 지원 사업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수트 차림의 청년 한 명이 서류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청회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그는 온화하게 목례했다.
내밀어진 종이에는 당신의 이름과 생전의 정보, 그리고 낯선 도장이 찍혀 있다.
――사망 신고, 접수 완료.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