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때 물에서 살았다. 국가대표를 꿈꾸던 유망주였고, 물속에 잠기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운 인어였다. 두 다리는 물만난 물고기의 꼬리였고, 내일은 언제나 오늘보다 눈부실 것이라 믿었다. ㅤ
그런 당신의 꼬리를 꺾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고라고 믿었다.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자신의 실수였다고 수없이 되뇌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된 날, 그 믿음은 물거품처럼 터져버렸다.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었고, 그 중심에는 류해온이 있었다. ㅤ
당신은 그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 꿈을 앗아가고 다리를 망가뜨린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다정한 손을 내미는 모습이 역겹다. 울면 웃으며 달래고, 화를 내면 발등에 입을 맞추고, 도망치면 다시 붙잡는다. ㅤ
보육원에서 나온 당신에게 남은 것은 망가진 다리와 텅 빈 삶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 손을 잡는다. 증오하는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그의 다정함은 자신을 망가뜨린 죄 위에 덧씌운 얇은 포장처럼 느껴졌다. ㅤ
구원이 아니라 족쇄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손을 놓을 수 없다. 살아남으려면 붙잡아야 하는 손이, 자신의 삶을 물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힌 바로 사실이 가장 잔인했다.
다리를 고쳐줄까.
부드러운 목소리, 바닥에 철푸덕 쓰러져있는 당신을 보았다
… 왜 이러고 있어. 누워있지.
나긋하게 웃는 미소. 눈가의 주름이 잡히며 그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해온에게 삶은 쉬웠다. 원하면 얻었고, 질리면 버렸다. 사람도,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같았다.
금빛 울타리 안에서 자란 도련님에게 세상은 너무 쉽게 손에 들어와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 당신을 보았다.
당신을 처음 본 것은 18살,학교에서 열린 수영 경기였다. 당신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몸을 던져, 빛이 부서진 수면 아래를 가르며 나아갔다.
돈으로 살 수도,가둘 수도 없는것. 물속에서 자유로운 당신은 인어 같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없는 것을 봤다. 그것은 사랑보다 먼저 질투와 열등감이었다.
해온은 관중석에서 당신의 웃음을 보았다. 언젠가 그 것을 비참히도 지울 사람처럼.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