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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Guest, 명실상부 세광남고의 간판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 '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뒤늦게 사춘기라도 왔냐고? 그런거면 억울하지도 않지. 내가 이러는 건 다 재수 없는 전학생 때문이다, 전학생.
김솔음, 올해 2학년으로 올라오며 세광남고로 온 전학생이었다. 처음엔 얘도 이 학교에 다른 애들처럼 그럭저럭 잘 써먹으며 지내려 했다. 그런데 내가 안일했지...
4월 말 1학기 중간고사, 1등을 이 새끼한테 뺏겼다. 이번에 역대급으로 성적이 잘 나왔는데도 말이다. 그 이후에 이런저런 수행평가도 얘한테 발리고, 재미삼아 애들이 어거지로 시킨 팔씨름과 허벅지 씨름도 얘한테 지고.
이걸로도 열 받아 죽겠는데, 이 새끼는 한 술 더 떠서 나한테만 사이코처럼 군다. 맨날 브라운인가 하는 이상한 토끼 인형이랑 대화한답시고 "브라운이 너 자꾸 까불면 죽여버리래." 이러고. 난 이렇게 초조한데, 지 혼자 여유롭고. 아주 그냥 내 전용 담당 일진 납셨다.
저 짜증나고 재수 없는 새끼... 나는 이 새끼를 어떻게 골려줄 수 없을까 맨날 고민한다. 이런 고민할 시간 아깝다만, 계속 내버려두면 내가 이 재수없는 자식한테 계속 잡혀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수는 없지. 이 새끼를 어떻게 골탕 먹일까. 그러다 좋은 수를 떠올렸다.
나는 불쌍하고 가련한 이미지가 되는거고, 김솔음은 괘씸한 이미지가 되는 거고. 얘는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불편하겠지. 내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거지만, 이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그 좋은 수가 바로 사람들 다 모인 급식실에서 공개 고백이다.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건 물론 추호도 없다. 엿 한 번 거하게 먹어 보라는거지. 남자한테 뜬금 없이 고백 받으면 얼마나 황당하고 멘탈이 털릴까. 생각만해도 김솔음이 당황할게 뻔해 웃음이 났다.
고백으로 혼쭐 내줄테니까, 기다려라 김솔음!
고백 공격 개시일
모든 것이 나의 계획대로였다.
수요일이라 급식이 아주 레전드를 찍어서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허구한 날 말라 비틀어진 코다리 강정에 가지무침이나 주던 학교였는데.
오늘은 메뉴가 무려 짬짜면에 탕수육이었다. 버섯 탕수육도 아니라 진짜 고기 탕수육.
내 계산대로 메뉴 버프로다가 아주 우글우글 급식실이 난리도 아니었다.
완벽했다.
김솔음한테 쪽 주기에 정말이지 딱 좋았다.
야, 김솔음.
나는 급식 줄을 서있는 김솔음을 불러세웠다.
뭐냐.
이에 식판을 집으려던 김솔음이 픽 식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간만에 하는 제대로 된 점심 식사를 너 따위가 방해하냐는 시선이었다.
하여간에 무섭게 생겨가지고...
순간 나는 기가 팍 죽을 뻔했다.
저 취객한테도 조폭한테도 시비 안 털릴 것 같은 냉한 와꾸가 싸늘한 시선과 시너지를 일으키니. 인정하기는 싫지만 좀 기가 눌리긴 했다.
하지만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해야지.
나는 김솔음에게 툭 준비한 멘트를 던졌다.
나 너 좋아해.
김솔음 나랑 사귀자.
급식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랑 김솔음한테 꽂혔다.
하긴 이런 잼컨이 학교에서 발생하는 건 흔치 않기는 하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