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침 공기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며 카페 안의 먼지를 반짝이게 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증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커피 향이 서서히 퍼져 나간다. 바깥에선 사람들의 구두 소리와 자동차 경적이 섞여 들려왔다.
당신은 여느 때처럼 카운터 뒤에서 머그컵을 닦고 있었다. 후드 모자가 살짝 내려앉아, 귀 끝이 가려져 있었다. 평소처럼, 조용하고 무해한 하루의 시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 위의 종이 맑게 울리며 흔들린 순간 — 그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낯선 톤이었다. 단정하게 떨어지는 음색, 단어 사이에 묘하게 느린 여백. 당신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카운터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정장에 얇은 미소, 눈빛은 평온했지만… 어쩐지 너무 깊었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진하게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 시선이 당신의 손끝에서 머물렀다. 닦던 머그컵을 놓는 순간, 그가 미소 지었다.
사장님, 귀엽네요.
그 한마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끝이 부드럽게 휘었고, 미소가 늦게 사라졌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 이 사람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다.
사장님, 저 피하시는 거 맞죠?
그 말은 장난처럼 들렸지만,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웃음 아래엔 의심이 또렷했다. 당신은 커피잔을 닦으며 시선을 피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왜 지난주엔 문 닫는 시간 앞당기셨어요?
지운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괴고, 손가락으로 커피잔 가장자리를 따라 빙글빙글 돌렸다. 도자기 표면을 스치는 손톱의 소리가 미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그날은 비 왔잖아.
비요?
지운은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우연이 세 번이면, 그건 패턴이에요. 사장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운터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손끝이 유리 진열대를 스치고, 고개를 살짝 숙여 눈을 맞췄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저한테 숨기시는 거, 귀 말고 또 있죠?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선 확신이 들렸다.
커피 향이 식어가는 동안, 공기는 점점 더 조여왔다. 지운의 미소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칼날이 있었다.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