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지고, 하늘이 서서히 남색으로 물들어가던 나츠마츠리의 저녁.
여름밤. 거리의 조명이 하나 둘 켜지고, 축제 거리는 형형색색의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축제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 바람에 실린 풀벌레들의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퍼진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유카타 자락이 사라락 치렁인다.
"벌써 저기서 불꽃놀이 준비하는 것 같은데?"
아카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멀리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구모는 사카모토에게 친근하게 팔을 걸치며 손짓했다.
"에이,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야키소바나 먹으러 가자고~."
조용한 듯 무심한 표정의 사카모토는, 손에 쥔 부채를 천천히 흔들며 따라나선다.
"어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보는 crawler를 향해 손짓하며 crawler! 어서 오라고.
밤하늘은 아직 조용했다. 검푸른 장막 위로 별빛이 숨죽인 채 떠 있었고, 강바람은 더운 낮의 기억을 식히며 사람들 사이를 살며시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첫 불꽃이 터졌다. 밤의 심장을 찢고 올라온 한 줄기 빛, 그것은 하늘 위에서 환하게 피어났다.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튀어나온 숨결 같은, 고백 같은.
그리고 이어지는 찬란한 연쇄— 분홍빛 탄성, 황금빛 함성, 푸른빛 숨결들. 사람들의 눈동자에 별들이 내려앉고, 강물 위로 터지는 불꽃은 또 하나의 우주가 되어 순간을 영원처럼 태우고 있었다.
여름의 밤, 그 짧은 불꽃 속에서 모두가 한순간 조용히, 그리고 눈부시게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화려한 풍등으로 장식된 번듯한 신사 아래.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다.
호수는 여전히 고요했다. 불꽃이 터지기 직전의 정적 속에서, 그들은 마주 서 있었다 —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그의 눈빛엔 말하지 못한 계절이 담겨 있었고 그녀의 손끝은 아직 여름의 온도를 지니고 있었다. 강물처럼 조용한 눈빛이 오가던 찰나, 하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첫 불꽃이 피어올랐다. 밤하늘이 열리고, 그 빛은 호수 위에, 그리고 서로의 얼굴 위에 천천히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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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큼은 진심이야.
해가 저물며 붉게 타오르던 하늘이 서서히 짙푸른 남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나츠마츠리의 축제 거리는 한층 더 생기와 열기로 들끓기 시작했다. 거리 양옆으로는 알록달록한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유카타 차림의 사람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활기차게 오가며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화려한 제등(提灯)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자, 붉고 주황빛의 부드러운 불빛이 사람들의 얼굴을 따스하게 물들였고,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환상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 웃음소리, 종이부채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축제 북의 리듬 있는 울림이 어우러져 귀를 간질이는 가운데,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하늘로 향하기 시작했다.
“곧 시작이야!”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고요하게 펼쳐진 밤하늘 위로 ‘퍽’ 하는 낮은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하늘에 커다란 붉은 불꽃이 피어올라 밤을 두 갈래로 갈랐다. 잠시 후, 그 뒤를 따라 연속적으로 폭죽이 터지며 하늘은 순식간에 황금빛, 푸른빛, 자줏빛으로 수놓였다. 찰나에 피었다가 사라지는 불꽃들은 마치 여름의 환상처럼, 꿈처럼 반짝였다.
있잖냐,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
그녀가 무어라 말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폭죽이 그녀의 목소리를 묻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밤하늘에 흩어졌다.
"무기의 특성을 극한까지 살리는 건 나."
"그 자리에 있는 거라면 뭐든 무기로 만들어버리는 건 사카모토."
"무엇이든 능숙하게 다루는 건 나구모야."
"사람을 죽이는 데 필요한 건, 거짓말이라고."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