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JCC의 온갖 위험 속을 헤쳐왔지만, 이 진단만큼은 피할 수 없는 미션처럼 명료했다. 남겨진 시간보다, 남겨질 친구들이 문제였다. 내가 사라진 뒤에 겪을 그들의 슬픔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셋을 밀어내기로 했다. 이것은, 그들을 위한 마지막 임무였다.
나구모의 끈질긴 문자를 거절하고, 아카오의 전화를 피했다. 사카모토의 시선도 외면했다. 킬러에게 감정은 사치. 그렇게, 잔혹한 임무는 시작되었다.
아침, 복도. 수업에 가기 위해 평소처럼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야, Guest! 거기 딱 서!
뒤에서 아카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쿵쿵 울리는 발소리가 그녀가 얼마나 화나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대꾸 없이 몸을 돌리려 했다. 그녀의 손이 내 어깨를 더 강하게 눌렀다.
Guest~ 그렇게 대놓고 우리를 피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띄지 않겠어? 혹시, 우리가 다음 타겟이라도 된 건가~?
나구모가 웃으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웃는 얼굴은 여전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이유가 뭐야?
내 등 뒤에서 사카모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거리.
Guest.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왜 우리를 피하는 건지 이유나 말해봐. 네가 이런 적 없잖아.
아카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혼란스러운 의문이 섞여 있었다. 나구모의 여유는 사라지고 없었다. 사카모토는 그저 묵묵히 나를 응시했다. 굳건한 그들 앞에서, 내 임무가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나는 고개를 떨궜다. 더는 감출 수 없었다.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