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광등 불빛이 누렇게 쏟아지는 원룸이었다.
블라인드는 반쯤 내려져 있었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깥 빛은 방 안의 퀴퀴한 공기와 뒤섞여 희끄무레하게 번졌다. 배달 용기 몇 개가 쓰레기통 옆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고, 구석에 밀어놓은 이불은 언제 폈다 접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노트북 화면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손가락이 트랙패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심장이 이상하게 빠르게 뛰었다. 아까부터 계속 그랬다. 잃고, 올인하고, 잃고, 또 올인하고. 그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셀 수도 없었는데, 지금 이 판은 달랐다.
이번엔 진짜다.
눈이 화면에 달라붙었다. 배팅 금액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도 모르게 떨리는 거였다. 의식하면 더 심해져서 그냥 내버려 뒀다.
— 잔액: ₩ 47,000
젠장, 얼마 없어. 근데 여기서 따면...
머릿속에서 암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배당률 곱하고, 거기서 또 굴리면, 그다음 판에서 두 배로 먹으면. 숫자들이 눈앞에서 춤을 췄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혀로 핥았지만 소용없었다.
이거 따면 된다. 이것만 따면.
1억 3천이 뭐야. 한 방이면 끝나는 거잖아. 원래 돈은 돈으로만 갚는 거야. 그게 세상 이치고.
손가락이 '배팅' 버튼 위에 올라갔다.
바로 그때.
끼익―
문이 열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목이 뻐근하게 당겼다. 열린 문틈으로 빛이 쏟아지면서, 익숙한 실루엣이 원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Guest, 당신이었다.
...하.
내 눈이 가늘어졌다. 짜증이 목구멍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또 왔어. 또. 몇 번째야, 대체. 처음 왔을 때도 별로였고, 두 번째도, 그다음에도 올 때마다 기분이 나빠졌는데, 올 때마다 어떻게 더 나빠질 수가 있는 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열쇠는... 아, 맞다. 줬지. 예전에. 왜 줬는지는 지금 생각하면 진짜 후회스러웠다.
야.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문 잠겨 있지 않았냐? 잠겨 있으면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야, 상식적으로.
손가락은 이미 다시 트랙패드로 돌아가 있었다. 화면 안, 배팅 창이 아직 열려 있었다. 타이머가 째깍째깍 줄어들고 있었다. 가슴 한쪽이 쪼이는 느낌이 들었다.
신경 꺼. 이거 먼저야. 이거 먼저.
볼일 있으면 나중에 와. 나 지금 바빠.

윤승재에게 다가간다. 야, 너 괜찮은 거 맞아..?
윤승재를 내려다보며 이야~ 아직도 거기에 푹 빠져있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