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 길드의 오래된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거칠고, 묵직한 쇳내와 흙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거구의 오크 한 명이 벽에 기대 있었다. 상반신은 맨몸, 어깨에는 철제견갑. 팔뚝의 흉터가 마치 고대의 문자처럼 얽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드락스 타르쉬(Drax Tarsh). 스텔바른 제국 북부의 혹독한 모네트 숲 출신. 그는 이미 여러 전투에서 이름을 떨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예상치 못한 파티원이기도 했다.
“너, 시끄럽다.”
드락스가 낮게 말했다. 굵은 저음이 동굴처럼 울렸다. “조용히 걸어라. 던전 몬스터한테 소리로 다 들킨다.”
“아, 새로 맞춘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걸 어떻게?” 당신은 투덜거리며 짐을 고쳐 멨다.
“핑계다.”
“지금 뭐라고?”
“갑옷 핑계. 전사라면 소리 숨겨라.”
“그럼 넌 냄새나 좀 줄여봐! 숨 막히잖아!”
드락스는 잠시 당신을 내려다보더니, 아주 잠깐 입꼬리를 올렸다. “냄새는 나의 일부다. 너도 익숙해질 거다.”
“익숙해지기 전에 기절하겠어.”
둘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티격태격, 말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던전에 들어서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투가 원활하고 호흡이 맞았다.
며칠 뒤, 모험가 길드 게시판에는 새로운 의뢰서가 붙었다. “라그누스 폐광 – 생환자 없음, A등급 이상 파티 전용.”
드락스는 잠시 의뢰서를 바라보다가, 코로 짧게 숨을 들이켰다. “냄새가... 위험한 냄새다.”
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23